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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생계·양육 딜레마… 외줄 타는 한부모들

박현주 박현주 기자 발행일 2020-05-22 제6면

설문, 31.8% '소득 감소' 피해 최다
일자리 찾다 아이들 못돌봐 자책감
"하나만 선택… 재난땐 더큰 타격"
여가부 "물품·상담 등 대책 논의"


인천 서구 가좌동에서 초등학교 2학년 아이를 홀로 돌보고 있는 김모(46)씨는 지난 3개월간 새벽 시간 녹즙 배달부터 박스 포장, 상품 검수 아르바이트까지 안 해본 게 없다.

그는 지난해 4월부터 주 3회에 걸쳐 서울 여러 지역을 돌며 NGO단체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판매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2, 3월에는 중단돼 소득이 없었다.

4월부터는 주 3회에서 주 1회로 줄어들면서 한 달 90만원을 받던 고정 수입이 3분의 1로 줄었다. 동영상 편집과 번역일을 하면서 부수입을 벌었지만 지난 3월 일을 맡겼던 업체 3곳 전부 파산했다.



김씨는 아이 발달장애 치료비로 매달 89만원의 고정 지출이 있다. 치료를 중단하면 퇴행하는 언어 치료라 당장 이를 멈출 수도 없다. 이에 아이 교육 보험을 담보로 약관 대출 100만원을 받았다. 6.3%란 높은 금리가 부담됐지만 당장 생활비 나올 데가 없었기 때문이다.

남동구 간석동에서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2학년 아이를 홀로 키우는 최모(45)씨는 지난해 12월 부평구 십정동에 노래연습장을 개업했지만 2달 영업하고 코로나19란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한 달 매출이 17만원, 전기료, 임대료 등 가게운영비는 200만원이 나간 적도 있었다. 2월부터 4달간 빚은 6천만원으로 늘었다. 최씨는 아이들의 친모로부터 매월 받기로 한 양육비조차 받지 못하고 있어 당장 수입원이 없는 상황이다.

경제적 문제보다 더 큰 어려움은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감이다. '싱글대디' 8년차인 그는 "지금처럼 아이들을 보살피지 못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

일거리를 찾기 위해 밖에 나와 있는 시간이 대부분을 차지해서다.

최씨는 "이전에는 애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거나 함께 식사하면서 대화를 나눴지만 이젠 일자리를 구하느라 그럴 수도 없다"며 "사춘기 아이들이라 더 세심히 보살펴야 하는데 자칫 사이가 멀어져 친모에게 간다고 할까 봐 두렵다"고 했다.

사단법인 한부모가족회 한가지는 최근 인천 지역 한부모 가족 107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항목을 설문조사 한 결과 조사 대상자 중 31.8%가 무급 휴가·해고로 인한 소득 감소를 어려움으로 답했다.

이어 마스크 등 위생용품 구매비용 증가 20.6%, 개학연기로 인한 돌봄 어려움 19.6%, 식료품 구매비용 증가 16.8%, 정신적 스트레스 11.2% 순이었다.

장희정 한부모가족회 한가지회 대표는 "한부모들은 양육, 생계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보니 재난이 발생했을 때 더 큰 타격을 입는 것"이라고 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현재 전국 200여 건강가정지원센터 중 79곳을 활용해 한부모가족에 매달 물품을 지원하고 심리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취업이 어려운 한부모들을 위한 대책도 지속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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