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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기초의회, 이대론 안 된다·(2)]관광성 해외연수

경인일보 발행일 2020-07-08 제6면

붕어빵 찍듯 관광 코스로… "스스로 공부·계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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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기 10곳 중 5곳서 '호주' 시찰
2개 상임위 별개 일정불구 5곳 겹쳐
오페라하우스 등 명소 방문 판박이
"관행 자체가 바뀌어야"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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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지방의회에 가장 많이 쏟아진 사회적 비판은 '공무국외여행'이라 불리는 해외연수이다.

지방 자치·분권 차원에서 기초의회 의원들이 해외 '선진지'를 둘러보고, 시야를 넓혀 의정활동에 반영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지방의회 해외연수가 중단됐지만, 언젠가는 재개될 의회의 권리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관광성' 해외연수 사례를 보면 '혈세 낭비'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인천지역 제8대 기초의회 전반기 동안 가장 인기 많았던 해외연수 국가는 단연 '호주'다. 인천 10개 군·구의회 가운데 중구의회, 미추홀구의회, 남동구의회, 부평구의회, 계양구의회 등 5곳이 의회 전체 또는 상임위원회별로 호주 시드니 등지를 시찰했다.

다만 계양구의회 자치도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해 1월 초 8박9일 일정으로 호주·뉴질랜드 공무국외여행에 나섰다가 관광성 연수라는 지역사회 비판이 거세지자, 호주에서 하루 만에 중도 귀국했다.

무사히 해외연수를 다녀온 기초의회는 문제가 없었을까. 인천의 한 기초의회는 2개 상임위원회가 2018년 10월 28일부터 5박7일 일정으로 동시에 호주를 다녀왔다. 연수기간은 같지만, 각 상임위가 별도로 세부일정을 소화한 별개의 연수였다.

그러나 해당 2개 상임위가 각각 작성한 '공무국외여행 결과보고서'를 분석해 보면, 방문지 5곳이 겹쳤다.

겹친 장소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블루마운틴 국립공원 등 유명 관광지뿐 아니라 블랙타운 시의회, 뉴사우스웨일스 주립도서관 등 현지 공공기관도 있었다. 앞선 상임위가 다녀간 블루마운틴 국립공원을 다음 날 또 다른 상임위가 방문하는 식이었다.

앞서 블루마운틴을 방문한 상임위는 지역 내 '하천 복원사업'을 보고서에 담았고, 뒤이어 같은 장소를 찾은 상임위는 지역의 '폐광시설' 활용에 참고하겠다는 내용을 보고서에 넣었다. 각각의 보고서에는 글꼴만 다른 같은 내용도 수록돼 있다.

인천지역 다른 기초의회의 호주 방문일정에도 오페라하우스, 블루마운틴은 필수코스였다. 게다가 블랙타운 시의회, 뉴사우스웨일스 주립도서관 등 방문한 기관도 기초의회마다 상당수 겹쳤다.

인천지역 기초의회 절반이 호주의 특정 관광지와 공공기관을 '벤치마킹'하는 게 아니라면, 관광성 해외연수였다고 지적할 수밖에 없다. 인천 제8대 기초의회 전반기 해외연수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이렇다.

전국적으로 지방의회 해외연수 관련 비판이 쏟아지자 정부는 지난해 1월 '지방의회의원 공무국외여행 규칙' 개선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해외연수 관행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인천 기초의회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지역 정치인은 "기초의회마다 일정과 장소가 판박이인 것은 '지방의회 해외연수 전문 여행사'가 짜주는 계획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라며 "의원들이 직접 공부해 스스로 해외연수 계획을 세우고, 그 결과를 의정활동의 성과로 눈에 띄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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