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시 처인구의 한 아파트에서 10세 여아가 욕조에 빠져 숨지는 아동학대 의심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폴리스라인이 쳐진 사건장소. 2021.2.8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
이모 집에 맡겨졌다가 숨진 10살 여자아이가 사흘 전부터 이모 부부로부터 온몸 구타와 물고문 등 학대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용인동부경찰서는 조카 A(10)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이모 B씨와 이모부 C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9일 밝혔다. B씨는 A양 친모의 둘째 언니다.
이들 부부는 지난 8일 오후 늦게까지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A양이 소변을 잘 가리지 못하는 버릇을 고치지 못해 사흘 전부터 플라스틱 파리채나 플라스틱 빗자루대로 폭행하고 사건 당일엔 욕조에 A양의 머리를 담갔다 빼는 행위를 몇 차례 했다고 실토했다.
이날 오전 A양에 대한 부검 1차 소견은 속발성 쇼크사 추정으로 나왔다. 속발성 쇼크는 외상에 의해 생긴 피하출혈이 순환 혈액을 감소시켜 발생한 쇼크를 의미한다. 익사한 경우 나타나는 선홍색 시반은 보이지 않았다. A양의 팔에서 결박 당한 흔적도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8일 낮 12시35분께 "아이가 욕조에 빠져 숨을 쉬지 않는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이모부였다. B씨 부부는 욕조에 A양을 담갔다 빼는 행위를 하다가 숨을 쉬지 않자 신고했다.
A양은 화장실 바닥에 옷을 입고 누운 자세로 있었다. 현장에서 혈흔은 발견되진 않았다.
119구급대는 호흡과 맥박, 의식이 모두 없는 A양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며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 과정에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병원 의료진도 A양의 온몸에서 멍을 발견하고 경찰에 학대 의심신고를 했다. 멍은 팔과 다리, 가슴, 등허리 등 온몸에서 발견됐다.
A양이 숨지자 경찰은 B씨 부부를 긴급체포했다. 현장에서 이들은 "가볍게 몇 번 때린 적은 있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이 A양의 사망 경위를 캐묻자 사흘 전부터 학대 행위를 했다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의 친모는 지난해 11월 이사와 직장 문제로 A양을 둘째언니 집에 맡겼다. 맡겨지기 전까지 A양은 친부모와 함께 살며 인근 초등학교에 정상적으로 다녔다. 결석 등 문제도 없었고 이전에 학대 의심 신고 접수도 전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B씨 부부에 대해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라며 "B씨 부부의 혐의를 살인으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