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가기

[인터뷰…공감] "인천공항의 '월드 클래스' 노하우, 중동·동남아 공항에 전수"

김주엽
김주엽 기자 kjy86@kyeongin.com
입력 2023-11-28 20:10 수정 2024-02-12 14:44

'K-기술 해외이식' 앞장서는 전민재 항나딤바탐공항운영 부사장


인천공항, 2021년부터 印尼 민관협력사업 참여… 개발·운영 첫 동시수주
年 400만명 이용 불구 조명 어둡고 화장실 노후 등 방문객시설 매우 열악
이용 순위 3위 잠재력 높아… 베트남·태국 등 신규 참여 기회도 늘어날 것


KakaoTalk_20231128_133102247
전민재(57) 항나딤바탐공항운영(주) 부사장 겸 기술담당이사는 "인천국제공항의 우수한 기술력을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00여년 전 제물포 개항이 제국주의 세력의 강압에 의한 치욕이었다면, 오늘날 신공항 개항은 전 세계를 향한, 세계를 중심으로 의지와 비전을 갖고 나아가는 자주 대한민국에 대한 찬사와 영광이 될 것입니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은 2001년 3월 인천국제공항 개항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인천국제공항을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세계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동북아 허브 공항으로 자리매김한 인천국제공항은 22년 전 김대중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우리나라 기업들과 함께 해외 곳곳에 진출하고 있다. 중동·동남아시아를 주요 무대로 공항 운영·기술 지원 등 컨설팅 사업과 지분 투자, 위탁 운영에 나서고 있으며 해외 공항을 개발하고 직접 운영하는 사업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2021년부터 인도네시아 바탐 항나딤공항 운영·개발 민관협력사업(PPP)에 참여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2020년 인도네시아 제1공항공사(AP1), 국영 건설사 위자야 카르야(WIKA)와 함께 항나딤바탐공항(주)를 만들어 해당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가 해외 공항의 개발·운영사업을 동시에 수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항나딤바탐공항 전민재(57) 부사장 겸 기술담당이사는 "개항 당시 여러 나라의 공항을 벤치마킹했던 인천국제공항이 이제는 우리만이 가진 특별한 기술을 해외공항에 전해주고 있다"며 "항나딤공항이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공항으로 도약하는 것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14_2.jpg

전 부사장은 인천국제공항 건설공사가 한창이던 1997년 인천공항공사에 입사했다. 당시 국내에는 대형 공항을 건설해 본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선진 공항 기술을 배우기 위해 싱가포르 창이공항이나 일본 간사이공항 등 아시아의 선진 공항뿐 아니라 유럽지역 공항을 수시로 방문했다고 한다.

그는 "인천공항공사 직원들이 찾아가겠다고 연락을 하면 현지 공항 직원들이 '왜 자꾸 오냐'고 핀잔을 줄 정도로 우리를 싫어했다"며 "당시에는 대형 공항 건설이나 운영 노하우를 얻으려면 반드시 해외 공항들을 방문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절박한 심정으로 매달렸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다른 나라 대형 공항의 기술을 토대로 만들어진 인천국제공항은 금세 동북아 허브 공항 위치에 올라섰다. '공항 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공항서비스평가(ASQ·Airport Service Quality)에서도 세계 1천700여개 공항과 경쟁해 사상 처음으로 6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인천국제공항이 이룬 성과는 신뢰 향상으로 이어졌고, 이제는 인천국제공항을 배우러 오는 다른 나라 공항관계자들의 발길이 계속되고 있다. 전 부사장은 "개항할 때만 해도 인천국제공항이 이런 위치에 올라올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다"며 "인천공항공사 직원들의 노력 덕분에 다른 공항에서 사실상 '문전박대'를 당하던 인천국제공항이 180도 달라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2023112901001067100056244

인천공항공사 공항시설처장을 맡고 있던 전 부사장은 2021년 10월부터 항나딤바탐공항에서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항나딤바탐공항은 2040년까지 항나딤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리모델링·확장하고, 제2여객터미널을 추가로 건설하는 공사를 진행한다. 또 2046년까지 항나딤공항의 운영을 담당하며 세계적인 허브 공항으로 성장한 인천국제공항의 노하우를 전수한다.

그는 "입사 초기 다른 나라 공항들을 방문하던 나처럼 이곳 직원들도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진다"며 "인천국제공항이 가진 노하우를 최대한 많이 알려주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연간 400만명이 이용하는 항나딤공항의 시설은 아직 매우 열악하다는 게 전 부사장의 설명이다.

전 부사장이 처음 부임했을 당시에는 천장 곳곳이 훼손돼 있었고, 조명을 제때 교체하지 않아 공항이 어두웠으며, 화장실 등 방문객들이 주로 사용하는 시설도 낡아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전 부사장을 포함한 인천공항공사 직원들은 공항의 시설 개선 작업부터 착수했다.

그는 "항나딤공항의 천장과 내벽, 조명을 바꾸는 작업을 마무리하는 등 승객들이 불편할 수 있는 시설물부터 개선해 나가고 있다"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하면 항나딤공항 제1여객터미널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KakaoTalk_20231128_133119271111

인천공항공사는 항나딤공항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항나딤공항이 있는 바탐은 발리, 자카르타에 이어 인도네시아에서 세 번째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섬이다. 아직 국제선이 2개밖에 없는 국제공항이지만, 2040년까지 성공적으로 공항 확장 작업을 마무리하면 발리, 자카르타 공항에 이어 제3의 인도네시아 관문 공항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전 부사장은 "항나딤공항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면 인천공항공사를 신뢰하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항나딤공항을 발판으로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베트남, 태국 등 다른 아세안 국가들의 신규 공항 운영·건설 작업에 인천공항공사가 참여할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국제공항의 해외 진출을 통해 국내 다른 기업들의 해외 진출도 활발해질 것이라는 게 인천공항공사의 설명이다. 항나딤공항에도 많은 국내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국산 공용여객처리시스템(CUPPS)을 만든 에어커스(AirCUS)는 항나딤공항에 해당 시스템을 도입·운영하고 있다. 항나딤공항 제2여객터미널 건설 사업 설계와 감리도 국내 업체들이 맡는다.

특히 면세점 분야의 해외시장 개척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인천공항공사는 전망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내년 3월 항나딤공항에 면세점을 개장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자카르타나 발리 등 다른 인도네시아 공항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 부사장은 "항나딤바탐공항 운영에 파견 나와 있는 모든 직원이 인천공항공사를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작업마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항나딤공항이 좋은 선례가 돼 인천국제공항의 해외 진출이 더 활발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글·사진/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전민재 부사장은?

▲1997년 인천국제공항공사 입사
▲2012년 사업개발팀장
▲2018년 일자리창출팀장
▲2019년 공항경제처장
▲2020년 공항시설처장
▲현 항나딤바탐공항운영 부사장 겸 기술담당이사

2023112901001067100056245




# 키워드

경인 WIDE

디지털스페셜

디지털 스페셜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

더 많은 경기·인천 소식이 궁금하다면?

SNS에서도 경인일보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