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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공감] "인천 미술시장에 '문화자산' 활용… 지역사회 뭉치면 무한부흥"

박경호
박경호 기자 pkhh@kyeongin.com
입력 2023-12-12 20:40 수정 2024-01-23 20:11

'인천아시아아트쇼' 흥행 이끈 정광훈 조직위 이사장


"우리도 그림 하나 걸까요?" 슬로건… 관람 즐거운 축제로 자리매김
6만 3천여명 발길 총 거래액 100억대… 카드결제 쉽도록 세심히 준비
내년 해외 갤러리 유치 목표 지금부터 행사 참가 유도 이메일 등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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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인천 부평구 복합문화공간 '밀레'에서 만난 정광훈 IAAS 조직위원회 이사장. 정 이사장은 "인천이 가진 문화 자산을 활용하면 미술시장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현대사회에선 예술도 소비와 연결돼야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다. 음반을 사고 공연을 관람하는 '시장'이 있어 클래식 음악이 지금까지도 생명력을 갖고 현존하듯, 미술 또한 전시 관람과 함께 더 나아가 '작품 소장'이란 시장이 건재해야 예술가들이 성장하고 그들의 다양한 예술 세계를 향유할 수 있다.

"우리도 그림 하나 걸까요?"란 슬로건을 내건 '인천아시아아트쇼 2023'(IAAS 2023)은 인천에서 전에 없던 커다란 미술시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지역 예술계뿐 아니라 대중에도 신선한 충격을 줬다. 그동안 미술시장이 낯설었던 인천 시민에게도 집에 전시할 수 있는 작은 소품부터 대작까지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23~26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IAAS 2023에는 6만3천여 명이 찾았으며, 미술품 총 거래액은 100억원대로 추정된다. 올해로 3회째인 IAAS 역대 최다 방문객, 최고 거래액을 기록했다. IAAS 2023이 미술시장이면서도 미술축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걸 입증한 셈이다.

IAAS 2023을 이끈 정광훈 IAAS 조직위원회 이사장은 복합문화공간 '밀레'를 운영하는 예술계 인사이기 이전에 기업인이다. IAAS 2023은 기업인들이 주축이 돼 행사를 치렀다. 그렇다 보니 좋은 갤러리와 작품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그들의 요구를 파악해 빠르게 반영하는 등 장점도 명확했다고 한다.



지난 7일 인천 부평구 십정동 카페·레스토랑 겸 갤러리 '밀레'에서 정광훈 이사장을 만나 IAAS 2023을 마친 소회와 앞으로의 방향을 물었다.

정 이사장은 1~2회 행사를 치른 후 좌초될 뻔한 IAAS를 다른 기업인들과 의기투합해 되살려냈다. 그는 "힘든 여행을 마치고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마음"이라며 "어려운 상황에도 IAAS 2023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인천 지역사회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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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정광훈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 현장에서 본 IAAS 2023 성과는.


"인천 시민들의 잠재된 문화 욕구가 이토록 컸는지 깜짝 놀랐다. 특히 주말에는 인천뿐 아니라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IAAS 2023을 많이 찾았다. 각 갤러리가 미술품 판매액을 전부 제출하진 않았지만, 행사 참여 갤러리 160여 곳이 총 100억원 매출을 올리며 대체로 만족한 분위기다. 올해 IAAS 목표는 시장의 기능과 공공적 기능을 결합하는 것이었는데, 잘 팔리고 관람객이 즐거운 미술축제로 자리를 잡았다는 생각이다."

- 타 아트페어와 차별화한 점은.


"다른 지역 주요 아트페어가 화랑 등 미술계를 중심으로 추진했다면 IAAS 조직위원회는 기업인이 중심이다. 기업인들은 체질적으로 의사결정이 빠르고 고객의 니즈(needs)를 파악하려 든다.

우선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들의 감성을 자극하고자 행사 개막일에 갤러리별로 와인 한 병씩을 돌리고, 좋은 도시락을 제공했다. 작은 부분 같지만, 다른 아트페어는 이처럼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지 않는다.

작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게 카드 결제 공간을 별도로 마련했다. 인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로 자문단을 구성해 지역사회 참여를 이끌어 냈다는 점도 IAAS 2023이 차별화에 성공한 요인이다."

-가장 관심을 모은 갤러리·작품은.


"갤러리 뤼미에르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세계적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작품들을 선보였는데, 관람객이 너무 많이 모인 나머지 전시 부스 바깥에서 관람을 유도할 정도였다.

사진은 훼손 우려가 커서 관람객들이 부스 바깥에서 줄을 서면서까지 감상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는데, 서울 키아프(Kiaf) 같은 유명 아트페어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더이미지언스 갤러리가 내세운 80억원을 호가하는 쿠사마 야요이 작품이나 조지 콘도 작품도 판매 여부와 관계없이 인기를 끌었다. 실험적 작품부터 인기 작가 작품까지 다양한 전시로 볼거리가 풍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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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은 없었나.


"행사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지난 두 차례 IAAS를 치르면서 조직위원회의 방만한 운영으로 조직이 와해될 위기는 물론 행사 자체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가 새롭게 구성된 게 현재의 조직위원회다.

6월 중순에야 출발할 수 있었다. 대규모 문화예술 이벤트가 거의 없는 인천에서 IAAS마저 중단될 순 없다는 절박감이 조직위 이사진과 구성원들을 더 열심히 뛰게 했다. 예산도 부족해 조직위 집행부가 십시일반 모으거나 기부를 받아가며 행사를 꾸렸다. 특히 지역 기업들의 도움이 컸다."

-인천 미술시장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인천은 현재 시립미술관 건립이 추진되곤 있으나, 그 전까지 규모가 큰 공공미술관이 한 곳도 없다. 한국화랑협회에 가입된 갤러리조차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인천은 규모가 큰 도시지만, 미술시장은 그 규모에 비해 굉장히 작은 현실이다.

그러나 좋은 작가는 많다. 젊은 작가 가운데 인천을 근거로 활동하거나 인천에서 나고 자란 작가들이 국내외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들을 인천 미술시장의 희망이라 할 수 있다."

-IAAS 등 인천 미술 시장이 나갈 방향은.


"인천은 전국에서도 젊은층 유입이 가장 많은 도시다. 인천국제공항이 있어 해외 방문객을 유치할 수 있는 장점이 크다. 바다와 섬 등 해양 관광지, 개항장을 중심으로 한 인천 특유의 문화적 공간에 예술 작품을 모은다면 매력적인 공간으로 차별화할 수 있다.

인천공항 인근 파라다이스시티처럼 좋은 작품이 모인 공간이나 인천시가 추진하는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 등을 문화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 여기에 아트페어 등 마이스(MICE) 산업을 연결하면 인천 미술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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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에서 미술 기획자로 변신한 이유는.

"원래 역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체질이다. 정유회사에서 10여 년 근무하다 주유소 사업을 시작했고, 에너지 사업으로 확장했다. 주유소에 문화적 요소를 넣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다 갤러리 겸 카페·레스토랑을 생각하게 됐다.

2016년 복합문화공간 '밀레'가 탄생한 배경이다. 지역 작가 또는 서울에 있는 청년 작가를 초청해 매달 전시를 하고, 음악 공연을 개최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밀레를 문화사랑방으로 인정해 주고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IAAS 2024에 대한 계획이 궁금하다.


"내실을 다지고 싶다. 앞으로도 좋은 갤러리와 좋은 작품이 오려면 인천 시민들이 작품을 구매한다는 외부 시선이 있어야 한다. 시장성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인천에도 이른바 컬렉터가 많다. 지역 컬렉터들의 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인 교류를 추진할 구상이다.

컬렉터를 위한 아카데미를 열고, 역량 있는 강사를 초청해 교육하고, 지역 컬렉터들이 지역 미술시장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그려 보고 있다.

내년에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갤러리를 유치하고자 지금부터 내년 행사 참가를 유도하는 이메일을 보내고 있다. 행사 명칭이 '아트쇼'인 만큼 본래 특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축제의 기능을 더 보강하려 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인천은 정말 매력적인 도시다. 매력적인 도시가 문화로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이끈 도시 피렌체에서 기업가들의 역할이 컸듯 인천의 많은 기업이 지역 문화 역량을 키우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도 연결된다고 본다. 지역사회가 뭉쳐 힘을 발휘한다면 인천의 문화 부흥은 시간 문제다."

글/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정광훈 이사장은?

1965년 경기도 여주에서 태어났다. 1992년 인천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까지 에쓰오일(주)에서 일했다. 2002년 (주)유카스에너지를 창업해 현재까지 대표를 맡고 있다. 2016년 복합문화공간 '밀레'를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2018년 서울대 미술관 문화예술경영자 과정을 수료했다. 올해부터 부평문화재단 후원회장을 맡았다. 인천아시아아트쇼 조직위원장을 맡은 것도 올해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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