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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공감] 임채무 두리랜드 대표 "난 안 지쳐요, 아이들 보면 늙지도 않아서"

최재훈
최재훈 기자 cjh@kyeongin.com
입력 2023-12-05 14:28 수정 2024-01-23 20:12


젊을땐 생각 못했던 일… 운명처럼 떠오른 '두리랜드' 

두리랜드 임채무 대표

놀이공원 대표로서 어느덧 33년 훌쩍
드라마 단역시절 사극 촬영지에서
가족단위 행락객들 술 마시는 모습
아이들 위한 놀이공원 떠올리게 돼


"꽃은 시들면 추해지지만, 어린아이는 늘 해맑고 순수해 시들지 않아요. 그래서 꽃보다 아름답죠."

양주시 장흥면의 '두리랜드'에서 만난 임채무 대표는 "아이들이 뛰노는 걸 보고 있으면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며 아이들의 순수함을 예찬했다.

그래서인지 그에게선 화면에서 보던 이미지와 달리 이웃집 아저씨 같은 친근하고 푸근하면서도 심지어는 순수한 느낌마저 풍겼다.

그가 두리랜드를 운영한 지 어느덧 올해로 만 33년을 맞았다. 언제부턴가 호칭도 배우에서 대표로 부르는 게 더 자연스러워진 듯하다. 세월이 유수와 같이 흘렀지만, 그의 두리랜드 사랑은 변함없어 보였다.

임 대표는 "주위에서 이제 지칠 만도 한데 계속하는 이유가 뭐냐고 종종 묻곤 한다"며 "그럴 때면 아이들과 노는 게 좋아 늙지 않는 것 같아서라고 대답한다"고 농반진반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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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랜드 임채무 대표가 곤충박물관을 소개하고 있다. 양주/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

이어 그는 "젊은 시절엔 내가 어린이 놀이공원을 만들 거라고는 단 1%도 생각지 못했는데 어느 순간 운명처럼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임 대표는 1980년대 드라마 단역으로 출연하던 무명 시절, 당시 사극 촬영지로 유명했던 양주 장흥에서 살다시피 했다. 장흥은 그때만 해도 여름이면 피서객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던 국민관광지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는 "촬영 순서를 기다리다 보면 가족단위로 놀러 온 행락객을 많이 목격하는데 고기를 굽고 술을 마시는 어른 위주의 유흥이 대부분으로 따라온 아이들은 그저 계곡에서 물장구치며 노는 게 전부였다"고 회상했다.

돈 모일때마다 장흥에 땅 사기 시작
1989년 시작해 우여곡절 속 성장
세계각국 인형 전시된 박물관 눈길
전 외교관 부인 기증 제안 시작점
최근 들어선 곤충박물관도 인기몰이




그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이곳에 아이들이 뛰놀며 즐길 수 있는 놀이공원이 있으면 좋을텐데라고 막연히 생각만 하다 어느 순간, 나중에 스타가 되면 내가 그 일을 해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마치 거짓말처럼 그는 출연 드라마마다 대박을 터뜨리며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오르게 됐고 마침내 그 꿈을 이루는 길에 한 발짝, 한 발짝 다가서게 된다.

임 대표는 "무명을 벗어나 인기를 얻으면서 돈이 모일 때마다 장흥에 땅을 사기 시작했고 그렇게 조금씩 땅이 모이자 정말로 놀이공원을 짓게 되는 날이 오게 되더라"고 덤덤히 말했다.

두리랜드가 개장한 건 1989년으로 당시에도 작지 않은 규모였으며, 더구나 개인이 운영하는 대규모 놀이시설은 국내에 흔치 않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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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활동을 하며 만 33년 동안 '두리랜드'를 경영해온 임채무 대표는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양주/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

그렇게 시작된 임 대표와 두리랜드의 인연은 그간 셀 수 없이 많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30년이 훌쩍 넘을 만큼 질기게 이어졌다. 아마 그의 말대로 운명이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두리랜드는 그동안 몰라보게 달라지고 성장했다. 놀이시설이 야외 말고도 실내에도 들어서고 종류도 매우 다양해졌다. 무엇보다 세계 각국의 인형이 한 자리에 전시된 '세계민속인형박물관'이 가장 눈에 띈다.

애정, 부채 지고도 명맥유지한 비결
"아이들 즐거우면 그뿐, 계획은 없어"

시골에 외로운 어른들 뵙느라 분주
"지금껏 받은 사랑 되돌려주는 것뿐"


이곳에 진열된 인형만 100여 개국 2천여 점에 달한다. 넓은 공간에 가득 들어찬 가지각색의 인형들이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이색 박물관을 열게 된 배경도 독특하다.

임 대표는 "어느 날 나이 지긋한 한 여성 분의 전화를 받게 됐는데 손수 제작한 인형을 두리랜드에 기증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며 "그분은 퇴임한 외교관의 부인으로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만들기 시작한 인형이 600여 점에 이르는데 의미 있는 일에 쓰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 부인은 인형을 기증할 곳을 알아보다 임 대표와 알고 지내는 한 정치인의 추천을 받아 그를 만나게 됐다. 임 대표는 기증 의사를 흔쾌히 수락하고 아이들을 위한 인형박물관을 만들기로 계획했다. 그러나 막상 박물관을 열려고 하니 인형이 다소 부족한 듯했다. 임 대표는 궁리 끝에 전 세계 민속 인형을 모아 민속인형박물관을 열기로 계획을 바꿨다. 그 길로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사는 해병 전우들에게 연락해 민속 인형을 기증해달라고 요청했고 이후 전 세계에서 인형이 답지했다. 임 대표는 해병전우회에서 오랫동안 중책을 맡아 활동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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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랜드 임채무 대표가 부인 김소연씨와 함께 두리랜드 내 세계민속인형박물관을 둘러보고 있다. 양주/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

임 대표는 "그렇게 모인 인형이 1천400여 점에 달하고 여기에 외교관 부인께서 기증해 주신 인형을 보태 박물관을 열게 됐다"며 "단순히 인형을 구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인형과 함께 각 나라의 인구나 수도, 역사 등 기본 현황을 알 수 있는 안내문을 게시하는 작업을 현재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두리랜드는 강산이 세 번 바뀌는 동안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했다. 과거 놀이시설 위주에서 이제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놀이에 교육을 접목하고 있다. 두리랜드에는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 세계민속인형박물관 외에도 곤충박물관이 들어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곤충박물관도 그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임 대표는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며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즐겁게 해 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늘 하게 되며 일단 시작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으로 다 해야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두리랜드가 많은 부채를 짊어지고도 명맥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 점점 발전할 수 있었던 건 어린이를 위한 임 대표의 식을 줄 모르는 열정과 애정 때문으로 보였다. 그를 가리켜 '제2의 방정환'이라 부르는 것도 괜한 말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본다"며 "아이들이 즐거워하면 나도 즐거운 것일뿐이지 거기에 어떤 목표를 두고 계획을 세워 일하지는 않고 단지 열심히 하려고 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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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랜드 임채무 대표가 곤충박물관을 소개하고 있다. 양주/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
나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할 일이 있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두리랜드 경영, 배우 활동, 사회봉사…
다 재밌어서 죽는 날까지 바빴으면 싶어요.
임 대표는 본업인 배우 활동과 두리랜드 운영 외에 최근엔 외로운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봉사하느라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바쁜 것 같다"고 표현했다.

임 대표는 "시골 벽촌에 외롭게 사는 노인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며 "그들 대부분은 지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자식들에게 폐가 될까 봐 알리지도 않고 혼자 고통을 감내하며 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 어울려 살고 싶은 욕심"이라며 "지금까지 아이들을 위한 삶을 살았다면 앞으로는 어르신들을 위한 삶도 살아 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는 이런 봉사를 "지금껏 내가 받은 사랑을 되돌려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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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랜드 임채무 대표가 부인 김소연씨와 함께 두리랜드 내 세계민속인형박물관을 둘러보고 있다. 양주/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

임 대표가 흔히 알려진 바와 같이 '적자 인생' 속에서도 부를 쫓는 삶을 포기하고 지금처럼 봉사의 삶을 추구하는 이유는 그의 독특한 행복론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나는 물욕이 없다"며 "어떤 마인드로 사는가가 중요한데 나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할 일이 있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 두리랜드 경영과 배우 활동, 사회봉사로 한 달에 쉬는 날이 하루일 정도로 예전보다 더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며 "일하는 게 재밌고 죽는 날까지 바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주/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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