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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경기도에서 키워도 될까요?·(1)]불러주는대로 보내야하는 현실

공지영·이원근 공지영·이원근 기자 발행일 2019-04-08 제1면

학부모 울리는 '유치원 깜깜이 운영'

원하는 곳은 커녕 '당첨되면 다행'
제대로 된 입학설명회도 열지않아
"다닐 곳 어떤지도 잘 몰라… 답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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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6천856억원, 올해 경기도 본예산의 12.7%가 보육예산에 쓰인다.

31개 시·군의 예산까지 합하면 경기도 전체 보육예산은 총 21조974억원이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에서 제일 젊은 땅, 경기도는 올해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출산 감소율이 전년대비 무려 6% 가까이 떨어졌고, 합계 출산율도 전년보다 0.07명이 감소해 1.00명대로 주저앉았다.



경기도의 보육 및 유아교육 예산은 해마다 늘어나는데 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결과만 낳고 있을까?

아이를 낳고 기르는 부모들은 이야기한다. "육아정책이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 위주로 기획됐기 때문"이라고.

신학기마다 반복되는 사립유치원 사태, 어린이집· 아이돌보미 학대사건 등 정부가 공급자에게 수십조 원의 예산을 쏟아붓고도 수요자에겐 최악의 상황을 초래한 것이 방증이다.

경인일보는 육아 수요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지난달 12일부터 22일까지 열흘간 도내 부모 370명에게 '경기도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에 대해 서술형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기획연재를 통해 경기도 부모들이 느끼는 육아 현실을 담아낸다. → 편집자 주

"정말 보내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하는, 그래서 아이를 사지로 모는 것 같은 죄책감을 아시나요?"

수원에서 5살 아이를 키우는 이모(32)씨는 지금도 아이가 다니고 있는 유치원을 믿지 못한다.

이씨는 "유치원 입학 연기를 알리는 문자를 받고 아이한테 미안해서 눈물이 났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하고 유일하게 당첨된 곳에 보내는 것이라 내심 불안했는데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유치원 비리사건이 터지며 상당수 유치원들이 2019학년도 신입유아 모집을 무기한 미뤘다. 12월 말이 돼서야 유치원들이 모집을 시작했고 일정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입학설명회조차 제대로 열지 않았다.

부모들은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저 당첨이 된 유치원에 무조건 보내야 했다.

이씨는 "동네에 딱 한 곳 있는 국공립 유치원을 신청했는데 500번대 대기번호를 받았다. 차로 30분 이상 가야 하는 타 지역 유치원까지 찾아다녔지만 모두 입학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어떤 유치원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5곳의 유치원을 떨어진 끝에 겨우 당첨됐다"며 "딱히 방법이 없어 보내고 있지만 솔직히 지금도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른다. 그게 제일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부모들은 내 아이의 첫 교육을 맡는 유아기관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온갖 '갑질'에 시달리면서도 어쩔 수 없이 보내며 불안과 죄책감에 시달린다.

/공지영·이원근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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