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가기
경인일보

[인터뷰… 공감] '남다른 해외 의료봉사' 남양주 현대병원 김부섭 원장

이종우·김도란 이종우·김도란 기자 발행일 2021-07-14 제14면

고려인 아픈 역사까지 돌보는 의사 "가보니 묘지는커녕 팻말도 없어"

김부섭2
김부섭 현대병원 원장은 "봉사를 하다 보면 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이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된다"며 "주는 기쁨을 아는 사람만이 느끼는 감정이 있다. 때문에 한 번 시작하면 계속하게 되는 것이 봉사"라고 말했다.
 

2021071301000507800023545




매년 봉사단을 꾸려 해외로 의료봉사를 가는 의사가 있다. 그뿐만 아니다. 매년 저소득층에 의료비를 지원하고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의료지원센터를 운영한다.

고려인 강제이주 역사에 가슴 아파하며 카자흐스탄 추모비·추모공원 건립 사업에 앞장서고, 다른 병원들이 병상 제공을 거부할 때 경기북부 민간병원 최초로 코로나19 전담병원을 자청하기도 했다.

바로 남양주에 위치한 중앙대의료원 교육협력 현대병원 김부섭 원장의 이야기다.

자랑을 늘어놓을 법도 하건만, 그는 "다른 사람을 위한 일 같지만 봉사는 사실 나를 위한 것"이라며 덤덤하게 말했다. 김 원장을 만나 십수년간 봉사를 하며 느낀 소회와 삶의 철학,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김 원장은 처음 해외 의료봉사를 간 계기로 "동료 의사들을 따라 의료봉사를 갔다가 우연히 관심을 두게 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병원을 개원한 후 1998년부터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기 위해 여러 지원사업을 해왔다. 그러던 중 동기들과 해외봉사를 갔는데 국내와는 사뭇 다른 열악한 환경을 목격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비교적 사회보장 제도가 잘 갖춰져 있어 취약계층이 제도권 내에서 여러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해외 저개발국가는 그렇지 않다"면서 "2009년 몽골을 대상지로 정하고 지속적인 의료봉사를 다니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봉사는 사실 나를 위한 것' 해마다 수억원의 비용은 사재로 충당

김 원장은 그렇게 10년 동안 몽골 샤인샨드, 에르데네트, 무릉, 헨티, 돈드고비, 더르너트, 우브르항가이 지역에서 의료봉사를 했다.

김 원장은 "처음엔 한 달에 한 번씩 방문하다 2014년경엔 매주 몽골을 가기도 했다"며 "목요일까지 한국에서 진료를 보고 금요일 비행기를 타고 떠나 주말을 보내고 귀국하기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생각보다 주말이라는 시간은 길고 할 수 있는 일도 많다"면서 "오히려 3시간여씩 비행기를 타고 몽골을 오가면서 생각이 깊어지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일회성으로 물품을 나눠주고 사진 찍는 봉사는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면서 "소아 환자가 커서 성장할 때까지는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에 지속해서 몽골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2014년에는 매주 몽골 가기도 해
목요일까지 한국에서 진료 보고
금요일 출발·주말 보내고 복귀 반복
짧지 않은 시간 할 수 있는 일 많아
소아 환자 성장할 때까지 도움 '결심'

 

사실 매년 정기적으로 해외의료봉사를 하는 일은 쉽지 않다. 100여 명에 이르는 봉사단을 꾸리고, 물품을 준비하고, 출발 3개월 전 에어컨부터 의료장비까지 5t트럭 3대 분량에 달하는 짐을 먼저 부쳐야 한다.


현지에 도착해선 시설 정비를 비롯한 온갖 잡일이 봉사단을 기다리고 있다. 참가자 일부가 교통비 일부를 자부담해도 비용이 수억원씩 발생하는데 이는 모두 김 원장의 사재로 충당한다.
 

7번 넘게 수술받은 아이가 거듭 찾아와 '돕겠다' 감동적 순간도

그는 "해외 의료봉사를 하면서 많이 울고 웃었다"며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한쪽 다리가 펴지지 않던 한 아이가 치료 후 학교에 갈 수 있게 되자 환하게 웃었던 일, 수년에 걸쳐 7번 넘게 수술을 받은 한 아이가 나중에 완치되고선 일을 돕겠다며 자꾸 찾아온 일 등 감동적인 순간도 많았다"고 추억했다.

이어 "봉사를 통해 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이 크다는 사실을 배웠다"면서 "해외 봉사를 마치고 돌아올 때의 가슴 벅찬 감정은 해보지 않고선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공감
김부섭 원장이 카자흐스탄 딸띠고르간 의료봉사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김 원장은 2018년부터는 카자흐스탄으로 의료 봉사지역을 바꿨다. 김 원장의 도움을 받은 몽골 청년이 의사가 될 정도의 시간이 흘렀으니 이제 다른 나라도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김 원장은 의사가 된 몽골 청년과 카자흐스탄 의료봉사를 떠나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 카자흐스탄에 가서는 몽골 의사가 한국인 의사의 말을 러시아어로 통역하며 진료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며 "매년 빼먹지 않고 가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영향으로 발이 묶였는데 앞으로 상황이 나아지면 봉사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8년부터 카자흐行 택해… '강제이주 현장' 추모비·공원 건립


김 원장은 카자흐스탄에서 그동안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고려인 강제이주 역사의 현장을 방문하고 추모비와 추모공원 건립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카자흐스탄 우슈토베는 강제로 이주당한 고려인들이 처음 기차에서 내렸던 곳으로 혹독한 환경에 땅굴을 파 겨울을 버틴 역사적 장소"라며 "힘든 생활을 하다 결국 목숨을 잃은 고려인도 많았는데, 가보니 제대로 된 묘지는커녕 팻말 하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대로 우리의 역사가 묻히게 둘 수는 없다는 생각에 (사)통일문화연수원, 영사관 등과 함께 추모비를 건립하고 추모공원(우호공원)을 만들기로 했다"며 "지난 2019년 추모비를 제막한 데 이어 연차적으로 공원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공감
김부섭 원장이 2018년 카자흐스탄 의료봉사 당시 딸띠고르간 국립병원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 원장의 박애 정신과 헌신은 국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빛을 발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병상 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지난해 12월 전담병원을 자처한 것이다. 다른 대부분 민간병원이 정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병상 제공에 소극적이던 때의 일이다.

그는 "환자를 받을 병상이 없어 경기도 환자를 목포까지 전원하는 상황에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국가적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현대병원은 영리를 따지지 않고 의술을 펼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2020년 한 해 현대병원 응급실에 온 119 환자는 모두 6천212명이며 이 중 16%인 992명은 다른 병원에서 거절당한 뒤 온 환자였다.   

 

코로나로 발 묶인 상황속 경기북부 민간 최초 전담병원 자청하기도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으로 정부로부터 시설과 장비를 지원받고 자체적으로 음압시설도 추가 설치한 현대병원은 지역 주민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병원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김 원장은 "가능한 시설과 장비, 인력을 동원해 코로나19로부터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만들 것"이라며 "우수한 의료진을 초빙해 중증환자의 치료율을 높이고 진료 만족도를 최고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700병상 규모의 대형 종합병원으로 확장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며 "2023년 공사를 마치면 더 많은 지역 주민에게 전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병원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남양주를 비롯한 경기북부 주민들의 아낌없는 성원과 지원 덕분"이라며 "지금은 코로나19로 제약이 있지만 소외된 이웃을 돌보고 치료하는 사회공헌 활동도 계속할 계획"이라고 했다.

글/이종우·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 사진/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남양주 현대병원 제공 

 

■김부섭 원장은?

▲1987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2002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박사 취득(정형외과학 전공)
▲1998~현재 남양주 현대병원장
▲2011~2012 대한정형외과학회 이사
▲2012~2013 대한정형외과학회 경기지회 회장
▲2011 몽골의료보건 90주년 기념 몽골의료개척자 훈장
▲2015 경기도지사 표창(나눔문화 확산)
▲2018 통일부 장관상(북한이탈주민 정착 기여)
▲2021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코로나19 대응 기여)



경인 WIDE

디지털스페셜

디지털 스페셜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

더 많은 경기·인천 소식이 궁금하다면?

SNS에서도 경인일보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