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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감] 보존과 개발 사이 야생생물 찾기… 김대호 와일드라이프컨설팅 연구원

이석철·권순정 이석철·권순정 기자 발행일 2021-07-21 제14면

"자연 지킬 수 있다면 사익에 기대는 불편함도 마다치 않겠다"

김대호 와일드라이프컨설팅 연구원
양서파충류 전문가 김대호 와일드라이프컨설팅 연구원이 지난 봄 충남 아산시 선장면의 논에서 수원청개구리를 조사하고 있다. 온 몸으로 생물과 한 데 어울려 살아야 함을 강조하는 김 연구원은 "자연의 정교한 시스템에서 없어도 되는 하찮은 것은 없다"고 강조한다.

'맹꽁이 보호대책 세우지 않은' 서현·과천지구 조사 맡아
'한국 고유종' 수원청개구리 생태조사 담당한 지도 10년째
'관련 학력 전무' 생물 관찰 즐기다 양서파충류 연구 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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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서현지구는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맹꽁이 보호 대책을 세우지 않아 지난 2월 1심에서 공공주택지구지정 취소판결이 났다. 과천 과천지구에 포함된 무네미골은 맹꽁이를 발견하고 서현지구를 모델로 행정소송을 넣었다. 과천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 역시 지구 내에서 맹꽁이 보호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주민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사업을 추진하는 개발자들은 주민들이 환경을 빌미로 부동산 가치를 높이려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두 사업지에서 맹꽁이 조사에 나선 김대호(47) 와일드라이프컨설팅 연구원은 맹꽁이를 통해 도심에 숨을 불어넣는 자연을 본다.



그는 "그 자연을 지킬 수 있다면 사익에 기대는 불편함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 습지로서의 논

김 연구원을 만난 날은 19일 오후 수원 공군 비행장 근처의 한 논이었다. 이날 그는 수원청개구리 조사를 위해 충북 청주에서 이곳까지 새벽길을 달려 아침나절에 조사를 마쳤다.

수원에서 발견된 한국의 고유종으로 몸집이 5㎝가 안 되는 수원청개구리의 생태조사를 담당한 지 10년. 당시 조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논 주변 풀숲에서 쉬이 발견되던 아이들은 논 언저리 이곳저곳을 찾아도 겨우 1~2마리 보일까 말까다.

특히 올해는 환경이 더 좋지 않다고 했다. 6월 말~7월 초 집중호우가 내릴 시기에 비가 적었기 때문. 김 연구원은 며칠 전 방문 때도 말라 있던 논바닥이 그래도 전날 비가 내려 물이 좀 찼다며 수원청개구리와 금개구리가 알을 깔 수 있지 않겠냐고 기대했다.

김 연구원은 특히 논을 사랑한다. '습지'로서의 논은 그 자체로 보존할 만한 자연이다. 무척추생물부터 포유류까지 논을 둘러싸고 생존한다. 이날 김 연구원은 논둑에서 족제비와 쥐 발자국을 발견했다.

김 연구원은 "곡식 낱알, 풀씨, 곤충 등을 먹는 멧밭쥐(harvest mouse), 멧밭쥐를 먹는 족제비와 삵도 논에 산다. 논은 곤충, 곤충을 먹는 양서파충류, 양서파충류를 먹는 조류, 또 포유류의 좋은 서식처"라며 "사람들이 자연보호를 위해 산(山)만 보는데 논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과는 다르게 논은 대지로 개발되기 좋은 '값싼 땅'으로 취급받는다. 자연의 관점이 아니라 순전히 인간만 누리는 경제적 관점이다.

신도시 개발은 기존의 농토를 무너뜨려 이뤄진다. 논에 영농을 핑계로 건축물이 들어서면 곧이어 개발 가능한 땅으로 성격이 바뀐다. 이뿐만이 아니다. 논의 생태계는 주변에 들어선 기업형 축사로도 엉망이 된다.

그는 "주택가에서 쫓겨난 기업형 축사들이 도로와 가깝고 평지고 민가와 떨어진 논에 들어온다. 축사 분뇨는 물을 오염시켜 논의 생태계도 망가뜨린다"며 "논을 보호할 수 있는 근거가 굉장히 부족해 생물들의 삶이 위태롭게 유지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대호 와일드라이프컨설팅 연구원

# 정교한 시스템, 자연

친환경농법은 논 생태계에 좋을까. 최근 제초제를 사용하는 대신 풀을 먹는 왕우렁이를 이용해 벼를 보다 자연에 가깝게 재배하려는 농법이 안착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김 연구원은 "역시 위험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외국 수입종을 이용한 농법은 황소개구리처럼 생태계 교란이란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며 "우리가 생태계를 건드릴 땐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자연의 한 단면만 보고 판단을 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같은 판단에서 그는 대체서식지를 조성해 맹꽁이를 이주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맹꽁이가 어느 지역에 서식한다고 했을 때 김 연구원에게 보이는 것은 맹꽁이를 둘러싼 생태계 사슬 전체다. 대체서식지로 이주한다는 것은 맹꽁이가 서식하는 환경, 즉 생태계 전체를 이주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저 맹꽁이 몇 마리를 포획해서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서현지구의 맹꽁이 이주대책은 서현지구의 산 전체를 옮겨야 하고, 과천지구의 무네미골 하천과 밭, 그 일대를 둘러싼 야산을 옮겨야 한다. 그러한 생태계 이주대책은 불가능하다.

다른 비슷한 곳에서도 살 수 있을 것 같았으면 멸종위기종이 아니다. 그의 관점에서 사람이라고 맹꽁이가 사는 환경을 마음대로 망칠 권리가 없다. 안양 관양지구와 의왕 월암지구는 그러므로 생태적 관점에서 폭력이다.

그는 최근 늘어난 신도시개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김 연구원은 "도심의 생태계가 시골보다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었고 농경지도 나름대로 생태계의 축을 형성해왔다"며 "이런 자연이 부동산 문제로 한꺼번에 파헤쳐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도심의 생태계를 유지해야 하는 데 대해 "도심은 공간이 한정돼 있어 생물이 사는 공간이 적기 때문이다. 다른 곳보다 더 관심을 갖고 보호해야 한다. 누구에 의해서든 지켜질 수만 있다면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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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구원은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환경'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도 개발과 사업의 논리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일침을 놨다.

그는 "적극적인 생물 조사로 '개발하면 안 되는 이유'를 찾아야 하는 데도 제대로 현장조사를 하지 않는다든가 개발자의 논리대로 보고서를 작성하다 보니 문제 제기는커녕 사업논리만 합리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대호 와일드라이프컨설팅 연구원

# 그저 관찰하기를 즐길 뿐

침팬지 학자인 제인 구달은 학력도 경험도 없이 침팬지 관찰을 시작했다. 닭이 알을 낳는 모습을 관찰하느라 다섯 시간이나 닭장 안에서 기다리던 끈기가 연구의 토대였을 뿐 그에겐 '학위'라는 타이틀은 없었다.

김 연구원도 관련 학력은 전무하다. 그저 생물을 관찰하길 즐기다 양서파충류 연구자들을 도운 이력이 쌓였다.

그런 김 연구원의 쓰임을 알아본 이는 한상훈 박사다. 척추동물을 연구하는 한 박사가 2012년 국립생물자원관 동물과장으로 있을 당시 맹꽁이 대체서식지와 관련한 용역을 발주했는데 그 사업을 수행한 곳이 (사)두꺼비친구들이었다. 두꺼비친구들은 청주 원흥이 방죽 일원에 조성한 양서류생태문화관을 위탁 운영하고 있었다.

김 연구원이 이 문화관의 두꺼비, 맹꽁이 등의 양서류 모니터링 팀장으로 일하면서 해당 용역사업에 참여하게 됐는데 어쩌다 보니 문헌조사, 평가표 작성, 이론 검증, 전국 각지의 시민단체 자료 수집 등을 거쳐 보고서 작성 자체를 본인이 하게 됐다.

용역사업 수행은 보조원으로 필드(field)조사만 수행하던 김 연구원이 전문가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

한 박사는 용역이 끝나고 김 연구원을 생물자원관의 전문요원으로 끌어왔다. 하루는 한 박사가 김 연구원과 동료 1인을 불러 양서류 표본을 정리토록 했다.

"생물자원관에 양서류 박사가 없을까요? 그런데도 왜 학위도 없는 저를 불러 표본을 정리하라고 했을까요? 우리나라 생물학계는 연구원들이 필드(field)조사를 등한시합니다. 생물자원관 박사는 뱀의 비늘 수를 세어 뱀을 구분한다고 답하더이다. 땅꾼은 뱀이 기어가는 모양만 보고도 뱀을 구분할 텐데요. 서현지구에 저 전에도 많은 양서파충류 전문가들이 다녀갔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은둔자인 맹꽁이를 제대로 찾아내지 못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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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구원의 말씨에서 자신감보다는 답답함이 묻어났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야생마 같은 성미가 맞아 최현명 대표와 함께 와일드라이프컨설팅에 있습니다." 최 대표는 포유류 특히 한국호랑이 전문가다.

관찰과 조사의 전문가, 김 연구원은 자연과 사람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다. "모기는 사람에게 이로울까요, 해로울까요?" 그의 대답은 '해롭다고 답을 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서 모기가 전해준 적은 양의 균에 대응하며 면역체계를 만들어 나가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모기를 완전히 차단하는 세상이 온다면 모기에 물려 병원에 입원하게 될 것"이라며 "이와 벼룩이 많던 과거에는 사람들이 이와 벼룩에 물려도 별 문제가 없었지만 이젠 병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한동안 접하지 않은 생물체의 균이 우리 DNA에서 잊혀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연어의 회귀를 위해 하루살이를 연구했다. 하루살이 유생이 일정량 이상 몰려든 하천에는 연어가 회귀하고 그렇지 않으면 오지 않더라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이런 연구를 전하며 "사람 눈에 하찮은 것이 자연에 하찮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글/이석철·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사진/김대호 연구원 제공·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 김대호 연구원은?

- 2020~ 국립생물자원관 멧돼지 서식실태조사

- 2012~ 수원청개구리 조사

- 2020~ 성남 서현지구, 과천 과천지구, 고양 창릉지구 환경조사

- 2013~2017 국립월출산공원, 지리산남부사무소(구례)에서 남생이(천연기념물 453호)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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