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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기지 반환 구역을 가다·(2)] 인천 캠프 마켓의 반환과 쟁점

박경호
박경호 기자 pkhh@kyeongin.com
입력 2022-11-22 21:01 수정 2024-10-17 16:17

수십년 시민운동 결실 맺었지만… 끝나지않은 오염정화·활용방안

부평 캠프마켓 개방된 야구장 일대
지난해 5월 개방된 캠프 마켓 남측 야구장에서 한 시민이 산책하고 있다. 인천시는 캠프 마켓 일부 구역을 개방하며 인포센터와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설치했다. 2022.11.22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1939년 일본육군조병창(군수공장) 조성으로 출발한 인천 부평미군기지 '캠프 마켓'은 인천시민을 중심으로 시작한 반환 운동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캠프 마켓 전체 부지 44만㎡의 소유권자인 정부나 인천시가 아닌 시민 모두가 이 땅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인천시가 캠프 마켓 활용 계획을 마련하면서 지역사회 공론화 과정을 빈틈없이 거쳐야 하는 이유다.

캠프 마켓을 시민에게 반환하라는 목소리는 일제의 조병창 조성 50년이 지난 1990년대 중후반 무렵부터 커졌다. 인천 지역 시민단체들은 1996년 캠프 마켓 담장을 둘러싸는 '인간 띠 잇기' 운동을 추진하다 경찰의 해산으로 무산됐으나, 2000년대 초 시민단체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까지 1천500여 명이 참여한 '띠 잇기'에 성공했다.

인천과 부평 지역 34개 시민단체가 연대한 '우리 땅 부평미군기지 되찾기 및 시민공원 조성을 위한 인천시민회의'가 발족해 캠프 마켓 반환 운동이 본격화했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반환 목청 커져
2000년대초 1500명 '띠 잇기' 성공
단식·퍼포먼스 서명 운동 등 펼쳐
2002년 기지 이전 확정… 절차 더뎌




전국 미군기지를 이전·재배치하는 한미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캠프 마켓이 제외될 조짐이 보이자 인천 지역사회는 격렬하게 반발했다. 캠프 마켓 정문 앞에선 수시로 1인 시위, 단식 농성, 각종 반환 촉구 퍼포먼스가 펼쳐졌으며 서명 운동도 전개해 5만명의 서명을 받았다.

부평미군기지 이전에 관한 주민 투표 조례 제정 청구 운동도 추진됐다. 결국 2002년 3월28일 연합토지관리계획에 캠프 마켓이 포함돼 기지 이전이 확정됐다.

경인일보 2002년 3월29일자 19면 보도를 보면, 반환 운동에 참여했던 한 시민운동가는 "처음엔 냉소적이었던 주민들도 갈수록 적극적인 투사로 변해갔다"며 "경적을 울린 뒤 손을 흔들어 격려를 보내는 택시기사, 시장을 다녀오다 과일을 놓고 가거나 저녁에 국수를 삶아오는 주부들도 든든한 후원자였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한미가 캠프 마켓 이전을 결정했지만, 부지 반환 절차를 실제로 추진하기까지 10년이 더 걸렸다. 인천시와 국방부는 2013년 7월 '주한미군 반환 공여지(캠프 마켓) 관리·처분 협약'을 체결하고, 인천시가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토지 매입비(국비·시비)를 국방부에 내기로 했다. 2019년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는 캠프 마켓 등 미군기지 4곳을 한국 측에 즉시 반환하기로 합의했다.
 

그사이 캠프 마켓의 오염 정화 문제가 불거졌다. 국방부와 환경부 조사 결과 캠프 마켓 북측 군수재활용품센터(DRMO) 주변 토양에서 고엽제 등에 포함된 발암물질 다이옥신을 비롯해 유류, 중금속 등의 오염이 확인됐다. 유류 오염은 캠프 마켓 부지 상당 부분에 광범위하게 퍼진 것으로 확인됐다.

캠프 마켓 4개(A·B·C·D) 구역 가운데 현재 오염 정화를 마친 야구장 등 B구역 일부는 시민에게 개방됐으나, 나머지 B구역과 A구역은 오염 정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캠프 마켓 절반을 차지하는 D구역(22만9천235㎡)은 환경 기초 조사와 오염 정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철거 후 남겨진 캠프마켓 담장
인천시는 지난해 11월 캠프 마켓 남측 개방된 구역의 담장을 철거하고, 일부 담장을 베를린 장벽처럼 '냉전과 분단의 역사'를 담은 상징물로 남겨 전시하고 있다. 2022.11.22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시는 캠프 마켓 활용 계획에 관한 '발전종합계획'을 2008년 수립했는데, 당시 전체 면적의 70%를 공원으로 쓰고 나머지 30% 부지에는 공공시설을 조성하는 구상이었다.

인천시는 캠프 마켓 반환 절차가 늦어지면서 10년 이상 지난 발전종합계획을 현재 여건에 맞게 바꿀 계획이다. 공원 면적을 기존 계획보다 더 늘려 80%까지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인천시는 2024년까지 '캠프 마켓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공원 조성 방향과 구체적 활용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캠프 마켓 활용 방안을 두고 지역사회에서 갈등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B구역 내 일제강점기 조병창 병원 건물이 갈등의 상징으로 표출되고 있다.

조병창 병원 건물 밑 토양은 토양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기준을 초과하는 TPH(석유계 총탄화수소) 오염이 나타나 있다. 오염 정화 작업 주체인 국방부는 이 건물을 존치한 채 토양을 정화할 방법이 없어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지역 역사·문화계를 중심으로 역사적 가치가 있는 조병창 건물은 반드시 존치해야 하며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정화할 수 있다고 반발한다.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캠프 마켓 내 대부분 건물을 철거해 대형 공원을 조성하자는 입장이다.

북측 토양 발암물질 등 오염 확인
부지 절반인 D구역 조사조차 안해
조병창 건물 존치 vs 철거 '갈등'
市, 2024년까지 마스터플랜 '숙고'


인천시는 역사성 있는 건물을 보존하되 완벽한 오염 정화가 필수라는 방침으로, 현재 조병창 병원 건물 존치·철거 여부를 뚜렷하게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조병창 병원 건물의 존치·철거에 대해선 전문가마다 의견이 갈린다.

앞으로 환경 오염 정화 등 반환 절차를 앞둔 D구역은 가장 많은 70여 개 건물이 남아 있으며 조병창 때 건립된 근대건축물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 조병창 병원 건물을 둘러싼 지역사회 갈등이 D구역 반환 과정에서 더욱 커질 우려도 나온다.

미군기지 캠프 마켓은 공교롭게도 빽빽한 부평 도심 한복판에 숨 쉴 틈을 줄 허파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면서도 일제강점기 군수공장부터 미군기지를 거치며 동아시아 전쟁사와 근현대 노동·생활 문화를 아우르는 유례없는 역사적 장소다. 이러한 캠프 마켓의 특성은 섞일 수 있을 듯하면서도 섞이기 어려운 형국이 돼 버렸다.

인천시는 내년 상반기 캠프 마켓 공론화 추진단과 시민참여단(숙의시민단)을 운영하며 마스터플랜 수립과 연계해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할 계획이다. 우리가 캠프 마켓을 어떻게 누려야 하는지 어떠한 모습으로 후대에 물려줘야 하는지 머리를 맞대는 시간은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이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위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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