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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찾은 캠프 페이지는 토양 오염 정화와 문화재 발굴 조사 등이 이뤄지고 있었다. 캠프 페이지 땅이 과거 미군기지였음을 나타내는 시설물은 대부분 철거됐다. 2022.11.10 춘천·원주/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
강원도의 반환된 미군기지인 춘천시 캠프 페이지(Page)와 원주시 캠프 롱(Long) 부지에서는 공공시설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는 토양 오염 정화작업이 진행 중이다.
춘천 캠프 페이지, 편의시설 단장
물놀이장 '꿈자람물정원' 대표적
토양오염 발견… 운영 중단 상태
춘천시 근화동 일원 캠프 페이지 부지(54만4천㎡)는 한국전쟁 때 유도탄기지, 미군 군사고문단, 제2항공연대 등이 주둔했다. 미군이 주둔하기 전까지 이 지역은 논밭이었다.
캠프 페이지는 한국전쟁 당시 장진호 전투에서 병사들을 엄호하다 전사한 존 페이지(John U. D. Page·1904~1950) 대령을 기리고자 붙인 기지명이다. 장진호 전투는 1950년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함경남도 장진군 일대에서 미 제1해병사단을 주축으로 한 유엔군이 중공군과 치열하게 맞붙은 전투다.
캠프 페이지는 비행장이 중심인 기지로 활주로, 헬기 계류장, 관제탑, 주유시설 등이 있었다. 캠프 페이지는 1983년 5월 승객과 승무원 100여 명을 태운 중국 민항기 1대가 기지에 불시착한 '중국 민항기 불시착 사건'으로 널리 알려졌다.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지 않았던 때 발생했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한중정부의 외교가 시작됐다. 캠프 페이지에는 1996년부터 기지가 폐쇄된 2005년까지 미 2사단 아파치 헬기부대가 주둔해 주로 제12사단의 항공작전을 지원하는 임무를 맡았다.
지난 10일 오후 찾은 캠프 페이지는 사람의 출입을 막는 가림막에 둘러싸여 있었다. 가림막 사이로 보이는 기지 내부는 토양오염정화와 문화재 발굴 조사 등을 위해 파헤친 흙이 2~3m 높이로 쌓여 있었다. 캠프 페이지 땅이 과거 미군기지였음을 나타내는 시설물은 대부분 철거됐다.
대신 춘천시는 미군이 썼던 격납고, 물탱크, 조종사 숙소 등 일부 시설을 보존해 시민 편의시설로 새롭게 단장했다. 이들 시설을 201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개방했다가 토양오염이 발견돼 잠정 폐쇄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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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자람물정원'은 캠프 페이지 기존 시설인 원형 물탱크를 재활용해 만든 물놀이장이다. 지난 7월부터 토양오염 정화작업으로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춘천·원주/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
캠프 페이지 기존 시설을 재활용한 사례는 물놀이장 '꿈자람물정원'이 대표적이다. 꿈자람물정원은 캠프 페이지에서 쓰던 50m 높이 원형 물탱크에 워터 슬라이드 등을 조성한 놀이시설이다. 현재는 토양 오염 정화작업으로 인해 운영을 중단했다.
꿈자람물정원 출입문에는 올해 7월부터 내년 6월까지 휴장하는 이유(캠프 페이지 일대 토양오염 정화사업 진행)를 밝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인근 춘천시 육아종합지원센터는 원래 미군 조종사 숙소였는데, 현재는 '영유아 놀이터' '부모 상담·교육' '문화 공연 지원' 등 보육관련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조종사 숙소는 2002년 신축했으나 2005년 기지 폐쇄로 마땅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했다. 당시 춘천시는 유스호스텔이나 시립어린이집 건립 등을 검토했지만, 춘천시의회 반발로 무산돼 보육전문기관을 조성했다.
캠프 페이지는 경춘선 춘천역이 있는 도심 한복판 알짜배기 땅이지만, 기지 폐쇄 후 20년 가까이 제대로 개발되지 않고 있다. 춘천시는 2012년부터 최근까지 토지 매입비 총 1천217억원을 내고 국방부로부터 캠프 페이지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2020년 문화재 시굴을 위해 판 흙에서 기름이 나오는 등 토양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개발계획 일정이 멈췄다. 2021년 민간검증단 오염 조사 결과에서는 석유계총탄화수소(TPH) 오염이 법적 기준치의 최대 47배, 지하수 오염이 최대 29배로 조사돼 국방부의 정화 작업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캠프 페이지 개발계획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표류하기도 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올해 7월 취임한 후 강원도 신청사를 캠프 페이지에 건립하기로 한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했다. 지역사회 반발이 이어지자 강원도는 최근 신청사 부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캠프 페이지를 포함한 일부 지역을 신청사 후보지로 다시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원주 캠프 롱, 비교적 최근 반환 끝나
주민들, 제한됐던 개발 활성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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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찾은 원주시 태장동 미군기지 캠프 롱 출입구. 캠프 롱은 내년 12월까지 유류, 중금속 오염 토양을 정화하는 사업이 이뤄진다. 2022.11.9 춘천·원주/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
원주시 태장동 일원 미군기지 캠프 롱 부지(33만5천605㎡)는 시립미술관, 박물관, 수영장 등이 들어서는 문화체육공원으로 재탄생한다. 원주시는 2024년까지 1천317억원을 들여 공원과 문화·체육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 생명과학·의료기술·의료산업 분야 체험관과 전시관이 있는 국립과학전문관을 건립할 예정이다.
캠프 롱은 비교적 최근인 2019년 12월 반환 절차가 마무리됐다. 내년 12월까지 유류와 중금속 등으로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캠프 롱은 1955년 미군 비행장 관리 업무를 맡는 기지로 출발했다. 이후 미군 화학중대, 통신대대, 의무사령부 등이 주둔하다 2010년 폐쇄됐다. 캠프 롱 기능은 평택에 있는 캠프 험프리스로 이관됐다.
캠프 롱 인근 마을 주민들은 기지에서 있었던 기름유출사고를 떠올렸다. 이들은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미군 기름유출사고를 두 차례나 겪었다. 2001년에는 토양 6만7천여㎡에 기름이 스며들었고, 2008년에는 송유관 파손으로 등유 400ℓ가 외부로 유출됐다.
주민들은 캠프 롱이 떠나자 그동안 제한됐던 지역개발이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캠프 롱 인근 마을에서 52년간 산 김영덕(75)씨는 "현재 태장동은 물론 혁신도시 상권도 침체하면서 주민들이 경제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미군기지 자리에 과학관과 미술관 등 여러 시설이 들어서 도시가 활력을 되찾길 바란다"고 했다.
춘천·원주/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위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