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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특집]명절 싱글라이프… 감각적인 독신남녀의 싱글(Single)벙글 '독립선언'

신선미 신선미 기자 발행일 2013-09-23 제15면

아직도 추석이 두렵니

   
▲ 그래픽/박성현기자
미혼남녀 설문결과 84% 연휴 부담
여행·템플스테이등 이색계획 '눈길'
지친 몸과 마음… 스트레스 한방에
커뮤니티 활용한 식사 모임도 인기


화려한 독신(?)을 꿈꾸는 조은영(37·여·화성 반송동)씨에겐 올 추석의 고향방문도 딴나라 얘기다. 10년전부터 조씨의 부모님과 친척들은 명절에 모여 조씨에게 "시집 언제 가냐"는 물음을 귀가 따갑도록 쏘아댔고, 조씨가 그 등살에 괴로워 이런저런 핑계를 대가며 명절에 발길을 끊은게 3년째다.

조씨만의 얘기가 아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9일까지 전국 30대 미혼남녀 4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이들의 83.8%가 '명절이 두렵고 부담스러운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부모님이나 친지의 잔소리 때문'이라는 항목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제는 포기하실 때도 됐건만…. 그러나 조씨는 아랑곳않고 이번 명절에도 '도피'를 계획한다. 명절만 되면 동네북으로 전락하는 괴로운 '싱글족'들의 이색 명절나기가 눈길을 끈다.



출장과 초과근무를 핑계로 귀성길에 오르지 않은 채 집에 틀어박혀 특선영화나 보는 것은 옛말이요, 반짝 여행을 떠나거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의 번개모임으로 싱글라이프에 화룡점정을 찍는 게 요즘 트렌드다.

   
▲ 황금연휴를 이용한 동남아 해외여행.
#싱글들의 반짝 도피 여행

= (주)창조와소통 힐링대장정사업단은 추석 당일인 19일에 떠나는 2박3일 '싱글녀들만의 제주힐링여행'을 기획했다.

신체 건강하고 친인척의 잔소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싱글녀 10명을 모집하는 이 여행은 이리저리 치여 생긴 싱글족들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자연치유, 체조, 명상' 등의 힐링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인기다.

제주 유기농 자연식으로 식사를 하고 올레 10길을 걷는가 하면, 초빙된 제주도 전문 해설사의 가이드를 받으며 관광도 할 수 있다.

주말까지 더하면 이번 명절은 장장 5일의 황금연휴라, 가까운 해외여행상품도 호황이다.

하나투어는 '추석 연휴 여행 선물세트'라는 기획전을 통해 18~20일 출발하는 일본 여행상품을 20여개 준비했고, 모두투어 역시 베트남과 태국 푸껫 등 동남아시아 여행을 추석연휴 초특가로 할인해 내놨다.

조씨 역시 회사에서 마음맞는 여자 동료와 함께 도쿄로 도깨비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조씨는 "우리는 고향에 가지 않는 대신 남들보다 여름 휴가를 한 번 더 가는 것 아니겠냐"며 "그동안 같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 더 즐거울 것 같다. 고향은 명절 이후 주말을 이용해 다녀오면 된다"고 했다.

   
▲ 추석맞이 남여 방콕 탈출 템플스테이.
#불심으로 싱글단결!

= 비싼 돈들여 여행가기에 부담스러운 알뜰 싱글족은 단돈 5만원으로 심신 정화를 한다.

수원 봉녕사에서 진행되는 '추석맞이 남녀 방콕 탈출 템플스테이'는 지난해에 이어 역시 많은 싱글족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싱글족들은 팔관재계 수계와 발우공양, 걷기 명상, 다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하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팔관재계 수계란 여덟가지 계를 실천하는 것으로 자기단속과 소욕지족의 마음으로 생활하는 지혜를 새기는 기회다.

108배 참회는 마냥 힘들 것만 같지만, 명상음악에 맞춰 절을 하는 자기몸의 움직임에 집중하다보면 마치고 난 뒤 무한한 감사의 마음과 평화로운 상태를 체험할 수 있다고 한다.

봉녕사 의천 스님은 "템플스테이는 심신이 지친 젊은이들에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하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며 "잔소리와 스트레스로 얼룩진 명절에 템플스테이를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 웹사이트 소셜다이닝 '집밥' 식사모임.
#너의 생각 나의 생각, 똑같아

= 여건상 여행이 어렵지만 명절못지 않은 북적거림을 느끼고 싶은 싱글족은 커뮤니티를 적극 활용한다.

누구나 모임을 만들고 참여할 수 있도록 장소 중개와 예약 대행을 해주는 웹사이트 소셜다이닝 '집밥'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다가오는 명절이 흥겹지 않은 사람들을 모아 서로의 불만을 공유하며 맛있는 식사를 함께 하는 모임을 준비했다.

명절 음식이 목으로 넘어가지 않는 일명 '추석 트라우마'가 생긴 허전한 영혼들은 서로의 만남을 통해 같은 생각을 나누며 의미있는 연휴를 보낸다.

추석맞이 홍대 클럽 번개모임에서도 불타는 연휴를 보낼 싱글족이 많이 눈에 띌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도 싱글족들은 발빠르게 온라인을 통해 모임을 기획하고 있다. 싱글 골퍼들의 '골프장 번개 라운딩' 모임, 2030 산악 동호회의 '달맞이 산행' 모임 등 싱글족들은 자신에게 맞는 커뮤니티에 참여해 즐거움을 두배로 만들고 있다.

한 번개모임 기획자는 "어리석은 싱글은 추석 때 집안 일 하랴, 부모님 눈치보랴 고생만 하지만 똑똑한 싱글들에겐 연휴가 행복하다"고 전했다.

/신선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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