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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스토리]경기·인천시장으로 떠나는 '장'캉스

경인일보 발행일 2016-07-29 제10면

장바구니에 담은 여름 달콤한 추억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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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휴가철이다. 아직 마땅한 휴가지를 찾지 못했다면 저렴한 비용으로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 거리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시장'을 방문하길 추천한다.

각 지역에서 오랜 시간 터줏대감 역할을 하며 주민들의 터전으로 자리잡은 5일장부터 최근 청년 상인들이 유입되며 젊은 층의 발길이 더 잦아진 활기 넘치는 전통시장에, 유명 관광지와 함께 둘러볼 수 있는 역사 깊은 장터까지. 여기에 각 시장마다 전국적으로 소문난 맛집이 가득해 그야말로 '골라 먹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불편하고 지저분할 것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시장들은 '시티 투어 버스'와 수유실, 카페, 전용 주차장 등 편리하고 쾌적한 '장보기'도 지원하고 있다. 올 여름 휴가지로 손색없는 경기·인천지역 대표 시장 8곳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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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 통복시장 … 지나칠수 없는 먹자골목 깊은 전통에 단골도 대물림



평택 통복시장은 수도권 최대 규모에 63년 전통을 자랑한다.

한국전쟁 종전 직전인 1953년 5월 10일 평택시 통복동 70의 29 일원에 터를 잡은 것이 지금의 모습으로 이어져 왔다. 현재 8만7천200㎡ 부지에 630여개의 점포가 들어서 있다.

역사와 규모로만 봐도 통복시장을 짧은 시간에 둘러보기란 만만치 않다. 정문을 들어서서 청과와 채소, 노점상 골목을 지나면서 생선골목과 혼수골목, 고주천골목을 둘러보고 나면 다리가 아파 순대·반찬 등을 파는 먹자골목을 지나칠 수 없다.

시장이 규모가 있어 시장 중앙골목에 위치한 고객센터에서 지도 등이 있는 안내책자를 집어드는 것이 현명하다. 전통이 긴 만큼 짧게는 30년에서 많게는 50년이 넘도록 한 곳을 지키고 대를 이어 운영해오는 점포들이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점포는 통복시장이 개장한 직후부터 현재까지 한 자리에서 4대째 가업을 이어 건어물상을 운영해온 선일상회다. '조선'을 의미할 때의 '鮮'자와 '一'(한일) 자를 써서 조선 제일의 상회가 되겠다는 뜻을 품고 있는 '선일상회'는 통복시장의 역사보다 더 긴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상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선일상회 창업자는 현재 주인의 증조할아버지인 고 이근안(1975년 작고)씨로 그는 1915년 평택시 원평동 동화병원 골목에서 최초로 점포 문을 열였다.

이름대로 '선일상회를 거치지 않고는 건어물을 취급할 수 없다'는 말이 돌 정도로 사업이 번창했으나 한국전쟁으로 원평동이 쑥대밭이 되자 다른 상인들과 함께 통복시장으로 이전해 이곳에서 벌써 4대째다.

이런 상점이 통복시장에 자리하며 단골들도 대물림되고 있다. 유년시절 부모님 혹은 할아버지·할머니 손을 잡고 선일상회를 찾은 어린 아이들이 중년의 남성과 여성이 돼 증조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안부와 함께 자신이 간직하고 있던 옛 추억을 상기시킨다.

신포시장

■ 신포국제시장 … 수인선 타고 닭강정 먹방 근대건축 본뜬 카페 명소로

지난 2월 수인선 인천 구간이 완전히 개통되면서 안산, 시흥 등 경기 남부권에서 인천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쉬워졌다. 수인선 '신포역' 인근에 있는 '신포국제시장'은 수인선을 이용해 인천을 방문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 들러야 할 장소다.

인천 130년 개항의 역사를 함께한 시장은 '신포국제시장' 인천 최초의 근대적 상설 시장이다. 1883년 인천항이 개항하면서 인천에 들어온 외국인들은 자유공원 인근에 외국인 거주지를 형성해 살았다.

또한, 1899년에는 서울과 인천을 연결하는 우리나라 최초 철도인 경인선이 개통되고, 인천과 수원을 잇는 수인선 협궤열차가 1937년 처음 운행을 시작하면서 신포국제시장 일대는 인천항을 통해 들어온 물품들을 서울과 경기도 이남으로 이동시키는 교통의 중심 역할을 하게 됐다.

이에 따라 이곳 주변에는 많은 사람이 모이게 됐고, 생선과 채소 등을 파는 시장이 자연스럽게 생겨나면서 신포국제시장이 탄생하게 됐다. 신포시장은 1970년대까지 '신포시장에 없는 것은 다른 어느 곳에서도 구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양한 물건이 쌓여 있었고, 이를 사려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 인천시청이 남동구 월동으로 옮기고, 다른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잠시 상권이 축소되는 시기를 겪었다. 그러나 '신포 우리 만두'의 쫄면, '신포 닭강정'의 닭강정 등 인천을 중심으로 전국에 퍼져나간 새로운 먹거리가 유명세를 타면서 주말이면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신포국제시장' 주변에는 개항과 동시에 외국인들이 이주해왔기 때문에 우리나라 근대문화유적이 많이 남아있다. 신포국제시장도 주변 분위기와 연계하기 위해 시장 내에 작은 공원과 조형물을 만들고 근대 건축물을 본뜬 카페를 입점시켰다. 이에 따라 현재 신포국제시장은 전통시장의 분위기를 간직하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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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성장 … '조선 3대시장' 대장장이 가위소리·젊은이의 댄스공연 공존

동쪽으로 영남대로, 서쪽으로는 삼남대로가 지나는 교통요지에 자리한 안성은 조선시대 3대 시장으로 불릴 만큼 장이 발달한 곳이었다.

택리지는 '안성은 경기도와 호남 사이에 위치해 화물이 모이고 상공인들이 모여 서울 남쪽의 도회지가 됐다'고 안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요즘 안성장은 안성시 서인동 일대의 '안성시장'에서 '중앙시장'까지 이어지는 5일 장으로, 규모는 작아도 동부권의 일죽·죽산 시장까지 포함한다.

옛 대장장이의 가위소리가 흥겹게 들리고, 키·등긁이 등의 시대를 거슬러 오르는 상품들, 즉석도장, 만병통치 약초, 제철 생선과 즉석 족발, 막걸리 한잔과 곁들이는 녹두전, 어묵까지 전통시장이 갖출 것을 고루 갖췄다. 장을 즐기려면 오후보다는 오전에 찾아와야 한다.

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오전 10시보다 1시간 일찍 오면, '흥정'이 있고 '덤'이 있는 옛 모습을 즐길 수 있다. 안성장의 유기장이 주문자 입맛에 맞춰 그릇을 생산해주던 방식때문에 '안성맞춤'이란 말이 생겼다. 시장이 열릴 때 흥정을 하다보면 그 인심에 안성맞춤이란 말이 절로 나올거다.

시장에 들렀던 12일은 장 한편에서 젊은이들의 댄스 공연이 있었다. 서인동 안성시장 상가 안쪽에 무대를 만들고 플라스틱 의자로 관객석을 꾸려 놓은 공연장에는 한 달에 두 번 공연이 열린다. 이 상설 공연장은 안성시가 전통시장을 활성화 시키고자 올해 7월부터 새롭게 선보이는 것으로, 댄스, 어쿠스틱 기타연주, 성악, 현악중주 등 다양한 공연이 예술단체나 대학생들의 참여로 꾸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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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산 오색시장 … 아침 '해장국' 밤 '수제맥주' 청년상인 가세에 '활기'

오산 오색시장은 100년 전통과 젊음의 열기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남녀노소 즐길거리가 가득해 시장을 통해 세대가 어우러지는 모습을 오색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색시장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가로울 틈이 없다.

'대흥식당', '부용식당' 등 유명한 국밥집은 해장 할 손님들로 아침부터 분주하고 찬거리와 생활용품을 구매하기 위한 주부들의 방문도 끊임없이 이어진다. 밤에는 입소문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오색시장 표 수제맥주 '오로라'를 찾는 손님으로 가득하다.

'오로라'는 오색시장상인회가 개발한 수제맥주로, 운좋게 때맞춰 가면 공짜로 마실 수도 있다. 청년 상인들이 입점해 다양한 퓨전 음식을 판매하고 있는 것도 이색적이다. 청년들의 가세는 전통시장에 힘이 됐다. 이들은 오색시장에서 자신들의 미래는 물론 전통시장의 청사진까지 새롭게 그리고 있다.

토요일에 열리는 맘스마켓은 젊은 엄마들이 전통시장을 찾는 또 다른 이유다. 엄마와 아기들을 위한 장터가 자연스럽게 열리고, 이벤트도 다양하게 진행된다.

주말 저녁의 야시장과, 매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열리는 문화공연이 시장에 흥을 돋운다. 전국적으로 소문난 맛집 '문전대박 닭강정'에다 '오로라'를 한잔 걸치고, 거리에 울려퍼지는 생음악을 즐기는 맛에 외지에서도 시장을 찾는다.

오색시장에는 고객지원센터가 있어 오색시장을 찾는 사람들을 안내한다. 또 다른 시장에는 없는 수유실과 카페 등이 마련돼 있어 편리하다.

평택/김종호·민웅기기자·김주엽기자· 안성/이명종기자·오산/김태성기자 mrki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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