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원도심 사람들, 서로에 곁을 내주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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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지윤 인천보건고 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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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있다는 것. 김중미 지음. 창비 펴냄. 384쪽. 2021년 3월 20일 출간 |
총 4부로 구성된 이야기에서 일인칭 시점의 목소리를 내는 중심인물은, 2016년에 열아홉 살이 된 여고 3학년 '지우' '강이' '여울'이다. 은강에서 나고 자란 배꼽 친구들이지만 오랫동안 살아온 동네와 곁에 있는 친구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은 어긋나 있다.
빌라에 사는 지우가 함께 어울리는 타인의 삶에 호기심이 많다면, 판자촌에서 사는 강이는 할머니와 외로이 지내며 정서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고립되어 있고, 아파트에 입주한 여울이는 빈곤한 동네를 내려다보며 수치심을 느낀다.
외할머니와 이모할머니의 삶을 소설로 쓰려는 지우가 변하지 않는 거리와 골목의 흔적을 찾아 헤맨다면, 어릴 적 엄마를 잃은 강이는 남을 돕는 일로 상처받은 마음을 보상받고 싶어 하고, 교육대학교에 입학하려는 여울은 경제적 여유와 사회적 인정을 받는 사다리를 얻고자 한다.
동네에 관한 중첩된 아이들의 시선 속에서, 가난에 대한 상반된 대응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여울이 말한 '가난이 지닌 원심력'이다. 자신은 남남끼리 가족 같은 사이라고 말하는 게 불편하고, 오래되고 익숙한 관계들이 부담스럽다고, 타인을 가족이라 부르는 이들이 좋아하는 인심이나 정(情)이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걸 붙드는 진창이 된다고 말이다.
보육원 출신의 보호 종료 학생인 영민이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찾으려 할 때, "가난한 사람한테는 가족도 짐이야"라고 말한 작은아버지의 변명과도 통하는 이 가난은 사람들을 구속하는 족쇄다.
대부분이 노동자인 아파트 주민들이 동네 사람들을 다른 부류라며 섞이기 싫어하고, 동네 사람들이 아파트 사람들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거리감은 신도시로의 이주와 동네의 몰락을 가속한다.
그러나 동일한 장면에서 지우는, 별은 정면으로 볼 때보다 곁눈질로 볼 때 더 반짝인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주변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잖아.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거지. 눈길의 가장자리가 더 빛나는 것을 볼 수 있듯이, 우리처럼 가장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더 잘 보고 더 빛날 수 있잖아."(241쪽)
지우는 은강과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난한 삶이 선망의 눈길을 받지 못하는 주변부임을 인정하면서도, 스스로를 폄하하지 않는 당당함을 보여준다. 별이 어두울 때 더 빛나듯이, 자신들의 미래를 타인의 시선으로 가늠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다.
이 소설은 외부자의 비판으로 관철된 고발문학이 아니라, 내부인의 시선으로 응시하는 따뜻한 연대의 문학이다.
다문화가정과 보호 종료 청년, 장애인과 이주노동자가 모여 사는 지우네 빌라는 소통이 불가능해 보이는 서민들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묘사하는 한편, 전혀 다른 이들이 어떻게 은강 패밀리 프로젝트에서 서로의 곁을 내주게 되는지를 차근차근 펼쳐 보인다.
세월호부터 촛불집회까지 크고 작은 현대사적 실제 사건이 언급되는 것 역시, 이것이 남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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