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 건져 올린 '삶의 무게' 구체적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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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개비 별. 이가림 지음. 시학 펴냄. 178쪽. 2011년 2월 15일 출간 |
이가림(1943~2015) 시인은 만주 열하(熱河)에서 3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전주고등학교 시절 신석정, 김해강, 백양촌 선생의 영향을 받아 문학의 길로 들어섰다.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돌의 언어'로 가작에 입선했고,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빙하기'가 당선됐다.
첫 시집 '빙하기' 이후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슬픈 반도', '순간의 거울', '내 마음의 협궤열차', '바람개비 별'을 출간했다. 시선집 '지금, 언제나 지금'과 '모두를 위한 시간' 그리고 다수의 번역서와 산문집이 있다.
1982년 인하대학교 불문학과 조교수가 되면서 인천에 정착했고 프랑스 문학 연구와 함께 다양한 문학적 행보를 보여주다가, 2015년 루게릭병으로 별세했다.
시인이 투병 전에 묶은 여섯 번째 시집 '바람개비 별'은 제7회 우현예술상을 수상했는데, '생명의 깊이와 가치를 그 근원에서부터 성찰하여 공생과 사랑의 시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시집 4부에서는 인천의 여러 장소에서 건져 올린 삶의 구체적 모습을 잘 담아내고 있다.
북성동 언덕길에 있는 수원집에서 밴댕이를 먹다가 본 중년 사내의 사랑을 노래하거나(밴댕이를 먹으며), 용현동 물텀벙집에서 물텀벙을 먹으며 부도난 사장의 이야기를 듣거나(파도리 고 씨의 팻말 읽기), 차이나타운에 있는 중국집 풍미에서 매운 짬뽕을 먹다가 동곽자와 장자의 대화를 엿듣거나(장자와 짬뽕을 먹다), 지금은 소래습지생태공원 안에 있는 소금창고에 가서 한없이 흔들리거나(소금 창고가 있는 풍경), 송도경제자유구역 근처 유수지에다 둥지를 튼 저어새들의 하소연을 듣거나(동막동 저어새), 신포시장에서 양키 물건 장사하는 황해도 해주댁의 노래를 듣거나(사잇잠), 미추홀 땅 옛 비류(沸流) 백제의 배꼽산에 올라 두리번거리거나(배꼽산), 시멘트 벽에 둘러싸인 '슬픈 병원 같은 도시'(35평방미터의 고독·4―딱따구리)를 바라보면서 인천이라는 장소에 깃든 뭇 생명과 교감하고 공생하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이가림 시인은 마지막 시집 '바람개비 별' 시인의 말에서 '진실의 과녁을 정확히 꿰뚫기 위해 언어의 탄환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으려'했고, '시는 진실에의 접근의 수단' 이상이 될 수 없다고 고백했다. 이는 시인 자신이 쓰는 시어가 진실에 접근하도록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수선집 앞 '당분간 문을 닫습니다'라는 쪽지 앞에 서 있던 시인의 마음으로 잠시 돌아가 본다. 그러나 이제 우리에게 검은 리본과 국화꽃 한 송이는, 이전의 그것과는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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