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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고스트, 난민]1. 수도권은 난민 천국 - 2 불법체류자(?)로 전락

기획취재팀 기자 발행일 2013-10-09 제12면

난민 판정률 6%대… 기약없는 '희망 고문'

   
▲ 새로 시행된 난민법에는 난민 판정에 대한 이의신청시 6개월안에 판정을 명시하도록 돼 있지만 강제 규정이 없어 심사 대기기간이 6개월안에 이뤄지는건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이다. 지난 4일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난민실에서 각국 난민신청자들이 난민신청을 하기위해 대기하고 있다. /임열수기자
새 난민법 반년내 처리 불구 강제규정 없어 '유명무실'
1명당 5~7년 소요 대기자 모두 보려면 수십년 걸릴 판
전문성 부족·심사인력 태부족… 매뉴얼 마련 서둘러야


"한국서 난민심사 결과를 받아보기 위해선 30년 이상 기다려야 합니다."

이는 한국의 난민 판정률이 고작 6%에 불과할 정도로 저조한 데다 난민심사 기간이 난민신청자 1인당 평균 2~3년씩 걸리는 못된 관행(?)을 질타하는 한 인권 전문변호사의 지적이다.

이 같은 법무부의 난민판정 페이스라면 현재 난민심사중인 1천500여건에 대한 판정 결과를 모두 받아보는 데 장기간이 소요돼 '심사기일을 단축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이에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된 난민법에선 난민판정에 대한 이의신청 시 6개월 안에 판정을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강제규정이 없어 난민심사가 6개월 이내에 이뤄지는 것을 기대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난민신청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가장 큰 요소인 난민판정 소요기간을 최소한의 시일로 감축하고자 했던 난민법의 입법 취지는 사실상 무력화됐다.

■ '난민심사 장기화, 신청자 신분으로 수용'

=한국은 지난 1994년 난민협약에 가입했으며, 2년 뒤인 1996년 처음 난민을 받아들인 후 17년간 전체 난민신청자 5천485명 중 6%인 333명만을 인정해 수용했다.

법무부에 난민신청을 한 뒤 심사중인 사람은 1천444명에 달한다. 4년 전에 불과 356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심사판정 결과만을 기다리는 난민희망자 규모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현재 난민 1명당 소요되는 심사시간이 길게는 5~7년 소요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심사대기자가 모두 난민 판정을 받기 위해서 30년씩 기다려야 한다는 으름장은 사실 허언만은 아니라는 게 인권단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난민심사 결과 난민으로 판정받지 못한 희망자는 모두 2천723명이다. 이들 중 173명은 인도적 체류가 허용됐지만 나머지 2천550명은 체류허가조차 받지 못했다.

또 난민신청을 한 뒤 심사기간의 장기화나 전쟁종료 등으로 난민신청 원인이 자연스럽게 소멸되거나 난민신청을 자발적으로 철회한 경우도 991명에 달한다.

이들의 대다수는 인도적인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국내에 무국적자 등의 상태로 수용되거나 일부는 또다시 짐을 싸 다른 나라로 떠나갔다.

난민신청자들은 언제 받게 될지 모르는 판정 결과를 기다리며 장기간 구금, 또는 출산으로 무국적 아이들을 키우며 정착 불확실성으로 생명의 위협에 노출되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 지난 7월에 개정된 국내 난민법에 따라 지역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도 난민 신청이 가능해졌다.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에 난민신청및 처리절차 등에 관한 안내문이 걸려 있다. /임열수기자
■ '심사관 등 턱없이 부족, 전문성 결여'

=난민심사 기간의 장기화는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의 심사인력 태부족과 정책적 관심 부족이 원인이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그동안 난민업무를 '과(課)' 등 별도 조직이 없이 다른 부서에 예속, 운영해 왔다.

2006년 국적·난민과가 생겼지만 외국인의 국적 취득이 주 업무로 이뤄져 난민전담인력은 3명에 불과했고, 산하 기관과 다른 부서에서 파견나온 인원 등 7명이 근무하며 난민업무를 전담하다 보니 법무부의 난민정책 관심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서울출입국사무소 등에서 난민심사에 참여하는 인력은 극히 제한적이어서 앞으로 1천500여명 난민희망자에 대한 인터뷰 등 난민판정 절차를 밟는 데 드는 소요 기간은 고무줄처럼 한없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법무부는 난민법 시행을 2개월 앞둔 지난 5월 국적·난민과를 국적과와 난민과로 뒤늦게 분리했다.

난민과 신설은 지난 7월부터 난민 신청자에 대한 지원 등을 주요 골자로 한 난민법의 전면 시행으로 난민관련 업무가 크게 늘어날 것에 대비한 후속조치다.

난민과의 정인원은 당초 3명에서 변호사 출신 전문가를 포함해 모두 8명으로 늘어났고, 난민 판정 이의신청 전담기구인 난민위원회도 현재 10명에서 15명으로 대폭 증가한다.

하반기에는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의 '국적·난민과'도 국적과와 난민과로 분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소는 난민심사담당관을 다른 업무를 보던 직원을 겸직케 하는 등 추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난민업무 담당자의 잦은 교체로 인해 난민 업무의 전문성과 역량을 키우는 데 한계에 직면, 전문성이 단시일안에 확보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특히 난민과에 근무하는 직원들에 대한 보상(?)도 크지 않아 잦은 인사전보가 이뤄져 왔던 점을 감안할 때 전문직 장기근무 시 혜택 등 인센티브가 뒷받침돼야 한다.

■ '이의신청 시 6개월, 강제규정 없어 무용지물'

=새로 시행된 난민법에는 난민심사 신청자에 대한 심사를 6개월안에 진행토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심사기일을 지키지 않았을 때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처벌 규정 등이 전무해 난민판정이 장기화할 경우 입게 될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입법 취지가 사실상 목적에 맞게 이행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

법무부는 2010년께 1차 난민심사 권한을 법무부 장관에서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로 이관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개정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시행했다.

개정 시행령은 법무부 장관이 가졌던 1차 난민심사의 승인 권한을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가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단독 심사로 단순화했다.

이어 새로운 난민법에는 1차 심사 뒤 난민인정협의회가 가부(可否)에 대한 의견을 내면 법무부 장관이 6개월 이내에 난민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2차 심사방식으로 운영된다.

새 난민심사제도로 평균 2~3년씩 걸리던 이의심사 기간이 6개월 이내로 크게 단축될 것이라고 보지만 실제로는 심사기한이 줄어들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난민심사관이 인터뷰 등 난민 인정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주관적인 견지나 개인의 호불호에 따라서 적격 여부를 내릴 가능성이 커 공통된 난민판정 매뉴얼 등의 마련이 시급하다.

/기획취재팀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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