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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68주년·코리아 고스트, 난민]1. 수도권은 난민 천국 - 4 잉여인간, 난민 아동

기획취재팀 기자 발행일 2013-10-21 제18면

이 아이들의 '잃어버린 미래'를 찾아주세요

   
▲ 선진국보다 턱없이 낮은 우리 정부의 난민인정비율로 인해 난민인정과정에서 태어나거나 난민인정을 받지 못한 부모를 둔 아이들은 무국적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다. 3년째 난민인정 신청중인 방글라데시 부모를 둔 무국적신분의 조이(11세)와 아카시(6세) 형제가 오솔길을 걸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임열수기자
국내 난민 2세 절반이상 무국적 신분·출생 규정조차 없어
한국 '속인주의'탓 법적 보호 못받아 의료·교육서비스 '사각'
문화·언어적 괴리·사회적 차별… 부모-자식간 갈등 골 깊어


난민 아동은 '잉여인간'(剩餘人間)이다.

국내서 거주하는 난민아동의 절반 이상이 대한민국 국적 혹은 출생 등록조차 안 돼 무국적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보다 턱없이 낮은 우리 정부의 난민인정비율로 인해 난민인정과정에서 태어나거나 난민인정을 받지 못한 부모를 둔 아이들은 평생을 무국적 상태로, 남아도는 인간인 '잉여인간'으로 간주된다.



난민아동들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기본 권리조차 박탈당한 상태여서 신분을 증명하지 못한 난민아동들은 학교 입학은 물론 병원 등 기본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데 큰 제약을 받는 등 삼중고를 당하고 있다.

■ 절반 이상이 유령, 난민아동

=국내 거주하는 난민아동의 절반 이상은 무국적 신분에 처해 있다. 지난해 말 만 18세 미만 난민아동은 전년보다 40명이나 늘어난 173명에 달하지만 이 중 절반 이상이 무국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한국 정부에서 난민으로 공식 인정을 받은 아이는 48명에 불과하다.

난민인정은 받지 못했지만 질병이나 국가 정세 등을 이유로 일시적으로 국내에 머무는 것을 허용받은 인도적 체류자의 아들은 25명이다. 난민 아동 중 절반이 넘는 100명(58%)이 무국적 난민 2세인 것이다.

난민 심사를 밟고 있거나 불인정돼 행정소송이 진행중이다. 난민인정을 받기 위한 모든 절차가 국내에선 실패했지만 돌아가지 못하고 그냥 체류하고 있는 경우 등이다.

'한국거주 난민아동 생활실태조사 및 지원방안 연구결과' 등에 따르면 난민아동 중 절반은 무국적자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기본 권리조차 박탈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 입국한 해외 난민들이 아이들을 낳고도 박해받을 것을 우려해 본국 대사관에 출생등록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은 무국적 난민 2세에 대한 별도의 출생 등록 규정도 없다. 한국서 태어나도 난민 2세는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인구 통계 수치에 잡히지 않아 난민아동 중 상당수는 잉여인간의 상태나 다름없다. 법무부도 주민등록신고를 받지 못하는 대신 편법으로 출입국 관련 업무상에서 이들의 신분만을 확인해 주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신분을 증명할 방법이 없는 난민아동은 국가가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를 누릴 수 없다.

서울 종로구청이나 안산시 단원구청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무국적 난민 2세의 출생증명서를 가지고 가면 출생신고 수리 증명서를 발급해 주지만 법적 효력은 전혀 없다는 게 인권단체의 전언이다.

   
▲ 무국적 난민 2세 아동들은 국가가 제공하는 교육과 의료 등의 기본 서비스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무국적 신분의 조이(오른쪽)가 동생 아카시에게 인천시 부평구 집에서 한글공부를 가르치고 있다./임열수기자
■ 학교도 병원도 이용 NO, 인권침해

=무국적 난민 2세 아동들은 국가가 제공하는 교육과 의료 등의 기본 서비스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난민아동들은 정부에 신분등록을 하지 못해 사실상 치외법권지대에 내몰려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외국인에 대한 터부가 심하고 지원제도가 크게 미비한 한국은 난민이 살기 힘든 나라로 악명이 높아 난민 2세들은 생활 전반에 걸쳐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

정치적인 이유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처지에 내몰린 콩고 출신의 난민신청자 A씨 부부는 증거 불충분으로 난민인정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들의 자녀 2명도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속인주의 원칙상 한국 국적을 받지 못했다. 자국 대사관에 두 아이의 출생신고도 할 수 없는 처지여서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실상 '잉여인간'으로 내몰렸다.

취학아동 나이가 됐음에도 이들 난민아동 2세들은 신분을 보증받을 데가 없어 학교에 가지 못할 뻔했으나 다문화센터의 도움으로 학교에 갔다.

하지만 난민 2세 아동 중 난민인정을 받지 못한 가정의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것은 여전히 불법(?) 상태다.

마찬가지로 난민아동들은 병원에 갈 수 없다. 몸이 아플 때마다 대학병원 등을 찾기는 하지만 이용은 하늘의 별 따기다. 무국적 상태인 아동인지라 신분이 확인이 안 돼 병원에 접수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난민 지원단체들이 보증을 서는 등 도움을 받아야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병원서도 난감하다. 신분증이 없는 아이를 치료했다가 책임지지 못할 일이 발생할 경우도 있어 애당초 치료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높다.

특히 난민 2세인 아동은 다른 국가에서 온 일반 이주민에 비해 삶의 질이 낮고 절반가량은 심리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낯선 외국에서 불안정한 신분으로 생활해야 하는 난민부모의 양육 스트레스로 자녀의 발달 지연과 심리적 문제가 동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 부모와 난민 2세, 문화정체성 차이 커

=난민아동들은 대부분 사회적 차별과 부모와의 문화·언어적 괴리, 경제적 이유로 인한 양육과 교육의 어려움 등을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

우선 부모와 난민 2세 사이의 언어와 문화정체성의 차이다.

난민아동들은 유치원이나 학교 등 한국교육시설에 진학한 이후 빠른 속도로 한국화가 되어 간다. 이 때문에 부모의 언어와 자식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 갈등을 겪기 시작한다.

항상 고국으로 돌아갈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부모는 모국어를 함께 쓰기 원하지만 자신을 한국인으로 여기는 자녀 사이엔 간극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학교급식과 집에서 먹는 종족음식간의 차로 난민아동들은 식생활에서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또 학교와 또래, 미디어에 의한 영향으로 핵가족 형태의 난민가정 아동들은 한국문화를 내재화하고, 외부관계 확대로 부모와는 전혀 다른 사람, 즉 한국인으로 스스로를 인식하는 반면 부모들은 이 같은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등 문화정체성 차이로 인한 고충이 매우 크다.

이와 관련,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각국 정부에 "난민을 포함해 자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의 법적 등록을 보장해야 하며, 충분한 사회경제적 지원과 더불어 자국민과 똑같은 교육을 받게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현미 연세대 교수도 연구 결론부분에서 "난민신청자나 인도적 체류자가 자녀를 출산할 경우 출생등록 등 법적 인격부여 절차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난민 당사자의 의료·교육·주거 등 사회권 보장뿐 아니라 난민아동에 대한 통합 관점의 서비스를 적극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취재팀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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