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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68주년·코리아 고스트, 난민]1. 수도권은 난민 천국 - 3 재정착, 절반의 성공

기획취재팀 기자 발행일 2013-10-16 제18면

그들을 포용하기엔 아직도 거친 땅

   
▲ '사직동, 그 가게'는 티베트 난민들의 평화운동을 알리고 자립을 돕기 위해 마련된 소통의 공간이자 인도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카페로 그 수익금은 티베트 어린이 도서관 운영 등 티베트 난민들을 돕는 데 쓰여진다. 서울시 종로구 사직동에서 비영리 티베트난민구호단체가 운영하는 '록빠'의 두 번째 가게다.'록빠'는 티베트어로 친구, 돕는 이를 뜻한다. /임열수기자
난민법 제정해 받아들이도록 했지만 인적·물적 기반 '0'
캠프·지원센터 주민 반대에 개관 지연 사회적 담론 우선
'국제사회 난민 인정' 탈북자 대량수용사태 사전 대비를


한국은 세계 난민인권 분야에서 새로운 장을 열었단 평가를 받고 있다.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했고, 50여개국의 난민기구들이 참여하는 유엔난민기구 집행이사회 의장국에 최근 선출되는 등 국제사회에서 인권선진국가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정작 재정착 희망 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 제도적 틀속에서 이 법을 실제 운용할 수 있는 인적·예산 등 물리적 토대는 전혀 갖추지 못한 상황이어서 난민법 제정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또한 재정착 희망 난민을 수용키 위한 사회적 논의를 충실하게 거치지 못한 탓인지 여전히 사회 일각에선 난민보호 및 지원에 반대하는 등 저항세력도 만만치 않다.



법무부가 재정착희망 난민을 일시적으로 수용키 위해 마련한 영종도 난민지원센터의 개관이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무기한 연기됐고, 온라인상에선 난민들의 한국입국에 대해 '난민 거주지=범죄 온상지'로 동일시 하는 부정적인 문구로 매도하는 여론이 형성되기도 하는 등 난민을 둘러싼 갈등의 불길이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난민지원을 위한 공론화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에서 난민법 시행과 함께 이른 시일내에 재정착 희망 난민 수용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절차에 돌입하지 않을 경우 난민법이 유명무실화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난민인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 재정착 희망 난민 수용, 생색내기로 전락

= 한국의 난민법은 재정착(resettlement) 희망 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 근거를 담고 있어 국제사회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재정착 희망 난민을 3년전에 먼저 수용한 일본도 난민법은 제정하지 못한 상태여서 한국의 난민법은 아시아에선 가장 앞선 인권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난민의 재정착은 난민캠프 등에 난민을 수용할 의사가 있는 제3국에 정착시키는 제도로, 최근 시행된 한국 난민법의 핵심 요체다. 미국과 캐나다 등 전세계 22개국이 재정착난민 제도를 마련해 수용하고 있다.

한국 난민법 제24조 제2항 등에는 재정착 희망 난민에 대한 국내정착 허가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로부터의 대상자 추천, 난민심사관 등의 현지파견에 의한 심사, 재정착 희망 난민 대상자에 대한 건강검진 및 국내 입국전 기초적응교육 실시, 입국허가 절차 등을 거쳐 정착허가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난민인정 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한국서 정착 가능성은 매우 높게 돼 있다.

그러나 한국은 재정착 희망 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 난민캠프 등 기반시설은 물론 재정과 인력, 행정적 부담 등을 고려한 실질적 지원 논의가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게다가 우리정부는 국제사회에 탈북자 등을 난민으로 인정, 각 국가가 보호해 줄 것을 주창하면서 정작 난민을 수용하지 않는 이율배반적 행위로 인권 최악의 국가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게 됐다.

   
▲ 티베트의 자주적 독립과 종교 자유를 찾아 히말라야를 넘는 티베트의 난민은 현재 인도 전역에 10만 여명,네팔과 부탄에 있는 티베트 난민촌에 3만 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임열수기자
■ 난민캠프 등 재정착 시설 및 계획 전무

= 난민들이 대거 한국행을 꿈꾸지만 정작 난민을 수용할 난민캠프 등이 부재, 난민들의 무덤(?)이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행 난민 루트의 관문이 될 인천 영종도에서 주민들의 완강한 반대로 난민지원센터를 다 짓고도 사실상 문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인천 영종도 주민을 중심으로 법무부와 난민인권단체간 충분한 논의를 통한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한 채 난민지원센터를 개원하려다 주민들의 반발에 인천시의회와 지역국회의원까지 나서 동조, 정치 쟁점화하면서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난민 신청자 및 인정자를 수용해 한글교육 및 취업훈련 뒤 알선 등 한국사회 정착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던 당초 취지는 크게 후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이 지난 2010년부터 2년에 걸쳐 30명씩 난민을 수용한 것처럼 우리정부도 UNHCR(유엔난민기구)의 권고와 협의를 통해 시리아 등 급증하고 있는 난민을 한국내 수용해야 하는 것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하지만 난민인권단체와 난민전문변호사 그룹, 난민 전담 정부기구간 난민을 어떻게 수용할지 등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형성되지 않아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 대규모 탈북난민 사태 대비 시급

= 한국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탈북난민을 온 몸으로 안고 있다. 국제 난민수용과 함께 국제사회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아 온 탈북자의 대규모 탈북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을 경우 사태는 더욱 꼬여만 갈 것이란 지적이다.

(사)세이브엔케이가 지난 5월 주최한 '통일을 대비한 전문가 원탁회의: 대규모 탈북사태와 난민보호시설(난민캠프) 건립을 중심으로' 주제 회의에서 본격 제기됐다.

'북한 급변사태시 난민 규모 및 탈출경로 시뮬레이션'이란 주제로 기조발제에 나선 한관수 조선대 교수는 "동독의 주민들이 서독으로 전체 인구중 2.6%인 43만명이 망명한 점을 고려할 때 북한주민들중 350만 정도가 탈출의지를 갖고 있고 이중 20%인 70만명(북한인구의 3.5%)이 탈출을 결행할 것이다"고 탈북난민 규모를 추정한 뒤 대량난민에 대한 대응책을 조속한 시일내에 마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급변사태에 따른 대규모 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 국가수용소 및 난민처리를 위한 특별법 제정, 난민교육 프로그램 운영, 군부대와 지자체 공동 대비 등의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가 재정문제는 물론 국가안보의 위협까지 초래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어서 난민 관련 구체적 계획마련이 시급하다.

난민인권단체 관계자는 "일본처럼 재정착 희망 난민 판정과 수용시설 구축·예산지원 등은 정부가 맡고, 난민 원스톱 서비스와 숙식·의료서비스 등 기초적인 생활 지원서비스, 더 나아가 난민 인정자에 대한 한국 문화와 한국어 교육, 직업 상담, 사회 적응 훈련 등 국내 정착에 필요한 각종 지원 프로그램은 민간 단체들이 맡는 방식 등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법무부와 시민사회간 갈등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2일 트위터를 통해 "너무 안락한 삶에 눈이 멀어 우리 집 문 앞에서 죽어가는 이들을 목도하길 거부하고 있다"며 이민자를 외면하는 현실태를 질타하기도 했다.

/기획취재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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