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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68주년·코리아 고스트, 난민]1. 수도권은 난민 천국 - 5 법망 악용하는 브로커

기획취재팀 기자 발행일 2013-10-23 제9면

불법 체류… 범죄 도피처… 기댈곳 없는 이들에 '검은 손'

   

행정 심사기간만 2~3년 소요 이용
사기·살인 등 저지른후 한국 입국

돈벌이 목적 외국인 노동자들까지
난민 신청 장기간 국내 체류 '꼼수'
자국민 대상 자문명목 금전요구도

내년부터 정부 생계비 지급 실시땐
지원금 노린 '신종 브로커' 판칠듯


살인을 저지른 후 한국에 불법 입국해 난민신청을 했다가 경찰에 붙잡혀 강제 추방당하는 등 한국 난민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난민신청 절차에 무지하거나 언어소통이 어려운 난민 신청자들에게 "난민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은밀하게 접근, 그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는 난민브로커도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한국정부의 난민 판정을 위한 심사절차 기간이 최소 2~3년씩 소요되는 데다 난민판정에 불복, 법정 소송까지 진행하면 장기간 국내에 체류하며 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일부 외국인 노동자들이 난민신분이 아니면서도 난민신청을 하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무부의 난민인정 신청자에 대한 더욱 엄정한 심사와 심사기간 단축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힘펀드 기술학교에서 아프간 전쟁 여성난민들이 재봉틀기술을 배우고 있다.
■ 범죄 은닉처

=중대 범죄 등을 저지르고 한국으로 도피한 뒤 난민제도를 악용해 난민신청을 해 국내서 체류하다 행정당국에 적발돼 추방되기도 한다.

경찰은 방글라데시서 1999년 총과 단검 등으로 집단 보복 살해한 뒤 한국으로 불법 입국한 A씨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붙잡아 송환했다.

2005년 8월 방글라데시 법원으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은 A씨는 도주 중 2009년 10월 비자발급 브로커에게 5천달러를 주고 비자를 발급받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어 A씨는 2010년 10월 법무부에 난민신청을 했지만 거부돼 체류기간 연장이 되지 않아 지난해 1월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전락하자 경찰을 피해 파주와 오산·포천 등지를 옮겨 다니다 결국 붙잡혀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통해 강제추방됐다.

A씨는 본인보다 먼저 귀화한 방글라데시인들의 도움을 받아 국내외 사법기관의 추적을 피한 것으로 알려져 불법체류자를 숨겨준 이들에 대한 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특정 국가에서 입국한 외국인 귀화자들이 자칫 난민제도를 악용해 자국민들의 난민 인정은 물론 불법 체류를 은밀하게 지원하는 사례를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다단계로 빚을 지고 도망온 사람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른 일부 외국인 중 자신이 오히려 큰 피해를 당했다며 국내에 입국, 난민신청을 한 뒤 종적을 감춰버리면 본국의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기회가 봉쇄당하는 등 피해가 더욱 커진다는 게 인권단체의 전언이다.

■ 뒤늦은 난민신청, 외국인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신분으로 국내에 체류하다 취업기간이 만료된 후에도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돈을 벌기 위해 난민신청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난민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일부 외국인 노동자들은 난민인정 심사에서 소송까지 가면 법무당국의 난민 최종 판단이 내려지는 긴 시간동안 국내 체류 및 취업이 가능한 난민제도의 허점(?)을 이용하고 있다.

게다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행정당국의 불법체류 단속이 느슨한 데다 설혹 적발되더라도 처벌이 미미하다는 점에서 난민신청을 하고 체류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이는 난민인정 사유를 전혀 갖추지 않은 외국인 근로자 중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공장 등에서 일하다 취업기간이 만료되거나 근무지 무단 이탈 등으로 불법 체류자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키 위한 미봉책으로 알려졌다.

국내에 입국한 지 오래된 외국인 근로자 중 난민브로커나 난민인정을 받은 동료, 혹은 난민인권단체에 난민신청 지원 상담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뒤늦게 난민신청을 하고 있으나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 힘펀드 기술학교에서 아프간 전쟁 여성난민들이 재봉틀기술을 배우고 있다.
■ 난민브로커 양산중

=국내서 난민 인정을 받거나 난민판정 절차를 밟고 있는 일부 난민들이 자국 사람들의 난민신청을 도와주면서 금전적인 요구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들은 소위 '난민브로커'로, 심지어 자원봉사 명목으로 난민인권단체에 방문한 후 일시 보호중인 자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난민신청에 관한 자문을 해준 뒤 일정부분 대가를 받아 가기도 한다.

최근 한 난민인권단체에서 보호중인 중국 난민신청자가 고향 사람들에게 한국에 들어와 난민신청하도록 종용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셸터에서 내보내기도 했다.

또 난민판정 심사를 받고 있는 한 외국인은 국내 난민인권단체에서 난민 인정을 받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현혹, 돈을 받는 등 브로커로 나서 난민활동가들이 망연자실했던 일도 있다.

게다가 대구의 종교단체서 활동하는 인사는 네팔사람의 난민신청을 도와주고 금전적인 대가를 받았다가 물의를 빚었고, 파주의 한 종교단체는 난민신청자나 난민인정을 받지 못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자리를 알선한 뒤 일정 부분 대가를 챙기는 것으로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인도적 차원에서 한국 입국이 허용되는 탈북자의 태국행이나 북한의 가족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조건으로 금품을 받는 탈북자브로커가 기승을 부린 것처럼 난민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난민브로커의 활동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부터 정부가 난민에 대해 생계비를 지원할 경우 난민인정을 받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챙기는 신종 수법의 난민브로커들도 생길 것으로 보여 엄정한 단속이 요구된다.

난민인권단체 관계자는 "캐나다 등 서구 선진국에서는 탈북자브로커들이 탈북자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난민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데려다 주고 수백만원씩 사례금을 챙기는 게 관행이다"며 "국내도 난민신청자가 늘면서 난민심사를 기다리는 외국인들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경제적 이유로 난민브로커를 자임, 활동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고 털어놨다.

/기획취재팀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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