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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68주년·코리아 고스트, 난민]1. 수도권은 난민 천국 - 6 비밀주의 행정 여전

기획취재팀 기자 발행일 2013-10-28 제18면

심사절차 비공개·대기실 장기 대기 인권침해 우려

   
▲ 한국의 현행 난민법은 종전과는 다르게 공항 등 출입국항에 난민신청 절차가 마련돼 난민행정이 한 단계 발전하는 데 필요한 요건을 담고 있다. 하지만 난민심사 절차가 법무당국의 투명치 못한 행정으로 진행돼 심사과정서 불법 구금 등 난민신청자들의 인권침해 소지가 여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법무부가 제대로 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아 주민들이 개관을 반대하고 있는 인천 '영종도 난민지원센터'. /조재현기자
한국법 공항 등 출입국항서 난민신청 허용 진일보 불구
신청자 특별한 사유없이 대기조치… 사실상 '구금' 해당

입국심사전 법무당국이 강제출국시켜도 파악할 수 없어
유엔국제기구·변호사 등 외부참여 보장 투명성 높여야


한국 난민법이 공항 등 출입국항에서 난민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진일보했다. 하지만 난민 심사 절차가 여전히 난민인권단체에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는 등 투명치 못한 행정으로 인권침해 소지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난민 심사절차가 비공개여서 법무당국이 난민신청자를 어떤 근거로 심사에 회부하지 않은 채 되돌려 보냈는지를 외부에서 전혀 알 수 없어, 심사재량권의 남용방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특히 심사과정서 난민신청자 대기실 등 특정 공간에서의 구금 장기화로 인한 인권 침해 등 불법적인 난민행정으로 생존권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 난민 신청자 구금, 불법

=현행 한국 난민법은 종전과는 다르게 공항 등 출입국항 난민 신청절차가 마련돼 있다. 난민행정이 한 단계 발전하는 데 필요한 요건을 담고 있다.

한국 난민행정은 그동안 공항 등 출입국항에서의 난민 신청 제도가 갖춰져 있지 않아 국내외적으로 강제송환금지원칙 위배라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난민 신청절차 마련으로 말끔히 해소됐다.

그러나 난민신청자를 출입국항 대기실에 구금하는 것은 여전히 국제 난민협약에 비춰 봤을 때 인권침해 등 불법 소지가 아주 커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법은 난민신청자를 구금할 수 있는 근거로 공항서 난민신청을 하거나 위조여권으로 입국한 후 난민신청 혹은 난민재신청을 했을 때와 불법 취업했다가 단속에 적발되는 경우로 한정짓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가입해 있는 국제 난민협약에는 '난민은 불법 입국으로 벌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난민을 구금하는 어떤 사유든 그 자체가 불법이라는 게 난민인권단체의 지적이다.

'난민신청자 대기실'에 특별한 사유없이 장기간 대기토록 하는 조치가 사실상 구금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또 구금은 이동의 자유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 난민협약에선 각 국가가 외국인 일반에게 적용되는 이동 자유의 제한보다 더 엄격한 제한을 난민 신청자에게는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구금 등으로 인한 난민신청자의 이동자유 제한은 합리적인 범위내에서 아주 제한적으로만 이뤄져야 한다.

이 때문에 난민신청을 한 경우 출입국 당국의 난민신청자에 대한 이동자유 제한은 국가안보와 국경관리 등의 이유를 내세우더라도 언제나 일시적이고, 임시적이어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 지난 20일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 싸우고 있는 부천의 NLD(버마민족민주동맹 ) 한국지부 사무실에서 미얀마인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 NLD 한국지부 제공
■ 불투명한 난민행정, 신뢰성 상실

=공항 등 출입국항에서 난민신청자에 대한 난민심사 회부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이 투명치 않다. 이로 인한 난민의 생존권 위협 가능성이 커 논란이 여전하다.

공항 등 출입국항에서 난민 심사 과정이 전혀 공개되지 않은 채 비밀리에 진행되면 외부에서 알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봉쇄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우선 법무당국이 난민신청자에 대한 심사회부 여부 결정 시 그 절차를 공개치 않아 대한민국의 안전을 해할 우려 등 난민법에 명시한 난민심사 불회부 사유를 뛰어넘어 정치적 이유 등으로 난민을 되돌려 보내 난민 강제소환 금지 등 국제난민협약을 위반해도 제재할 방안이 없다.

특히 공항 등 출입국항에서 난민신청 시, 또는 비행기가 착륙한 뒤 공항 입국심사대를 통과하기 전에 난민신청 의사를 밝히는 경우 법무당국이 강제출국시켜도 외부에선 이를 파악할 길이 없었다.

비행기 환승 과정 등에서 난민신청을 했다가 장기간 공항에 구금당하는 경우나, 운이 좋게 외부의 난민인권단체 등에 연결되는 경우에도 인권단체가 개입한 경우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희박하다.

그러나 법무당국은 공항 출입국항에서 난민신청을 받음과 동시에 난민심사에 회부하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뒀다.

난민인권단체 관계자는 "난민심사는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조사가 필요한 영역인 데도 불구, 공항만에 있는 출입국공무원의 판단으로 난민신청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이 같은 법무당국의 조치에 대해 난민신청자가 이의신청할 수 있는 규정도 만들지 않았다"며 "난민의 권리 중 가장 핵심적인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이 무시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난민신청자들이 난민 심사과정에서 난민인권단체와 난민전문법조인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자칫 보호를 받아야 할 국가에서 언어소통의 어려움 등으로 난민심사에 제대로 대응치 못해 인정받지 못하는 불이익 사례가 속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게 난민인권단체의 지적이다.

   
▲ 김포 방글라데시 재한줌머인연대 사무실에서 난민신청중인 방글라데시 치타공 소수민족인 한 줌머족이 상념에 잠겨 있다. /임열수기자
■ 난민인권기구 등 외부 참여 보장 절실

=난민신청권의 실질적인 보장을 위해선 출입국항에서 법무당국의 난민심사 회부 결정 과정은 물론 난민심사 과정에도 유엔난민기구와 변호사 등이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규정에는 공항 등 출입국항의 난민심사 등 절차에 유엔난민기구나 변호사 등의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하나 별다른 예외조항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난민신청자에 대한 출입국 당국의 난민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이 내려져도 난민신청자가 이의신청 등 어떠한 후속절차를 밟을 수 있는 규정이 없다.

때문에 난민심사 회부 여부 등의 절차가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난민신청자들이 법무당국의 결정에 불복할 수 있는 절차적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별도의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난민인정 심사 회부 결정이 있는 경우에도 입국허가뿐 아니라 주거제한·보증금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조건부 입국허가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난민신청 절차의 진행을 어렵게 하거나 사실상 난민신청자를 구금상태에 놓일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조건부 입국허가에 대한 규정은 삭제돼야 한다.

공익법센터 어필 김종철 변호사는 "최근 공항에서 난민 신청을 한 이들이나 그들과 연관된 단체 등의 전화가 사무실이나 개인 휴대전화를 통해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내 난민대기실에서 난민신청심사에 회부할지를 투명하게 결정하고 있는지 강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획취재팀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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